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한국사 특강으로 무서울 정도로 큰 파급력을 어떻게 활용하면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정석을 보여줬다. ‘무한도전’의 한국사 특강은 그동안 정부와 정치인들의 말로만 그쳤던 한국사 교육 강화 목소리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무한도전’은 지난 11일 방송에서 ‘TV 특강’ 특집으로 아이돌그룹을 대상으로 한국사 특강을 펼치는 멤버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전에 아이돌의 떼거지 출연으로 전해졌던 이 특집은 사실상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특집이었다.
멤버들은 이날 사전에 꼼꼼히 역사 공부를 한 후 인기 아이돌 앞에서 꼭 알아야 하는 역사를 가르쳤다. ‘무한도전’ 무식의 상징인 길과 하하의 강의는 예상대로 허술한 설명 탓에 웃음이 터졌다. 이들은 다소 싼 티 나는 설명을 반복했고, 현대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역사를 가르쳐 재미를 선사했다.

그래도 이들이 강조하려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됐다. 먼저 간 이들이 남긴 목숨을 걸고 지킨 조국과 그들이 쓴 역사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숨은 의도는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날 ‘무한도전’은 점점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의 역사왜곡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수능 필수 과목에 국사가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현실들을 비추며 시청자들의 희미해진 역사의식을 흔들어 깨우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김구, 윤봉길, 유관순 열사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유언과 안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의 편지 등이 공개됐다. 아들의 죽음보다 조국을 생각했던 조마리아의 단호한 마지막 편지는 방송 후 인터넷에서 회자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재석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네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중략) 네가 항소를 한다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중략)딴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라...(중략)”라는 내용의 편지는 안방극장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잊고 있었던 역사의식을 고취시켰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인, 학계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사 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구체화되지 못하며 아쉬움을 샀다. 일본 정치인의 우경화 발언,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이 벌어질 때마다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 마냥 금세 사라졌다.
그런 가운데 파급력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 그것도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무한도전’이 한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니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이 정부보다 낫다”, “정말 역사 공부는 중요한 것”, “한국사 공부를 하고,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이 진짜 애국”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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