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주말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극본 정하연, 연출 노종찬)에서 주인공 얌전(김현주 분)의 악녀본색이 또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권력욕 쟁취를 위해 부자(父子) 사이를 이간질 하는 것을 비롯해 견원지간으로 돌아선 대신과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의기투합하는 하는 등 욕망하는 것을 갖고자 돌변하는 얌전의 악녀본색은 매회 그 색을 더하는 중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꽃들의 전쟁’에서는 뒷방으로 밀려난 얌전이 김자점에게 중전 자리를 약속 받는 장면이 그려졌다. 얼마 전까지 뒤통수를 치며 내몰았던 김자점을 향해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겠다며 목숨을 내걸고 달려드는 얌전의 독기는 등골이 오싹할 만큼의 공포를 자아냈다.
얌전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 까닭은 하루아침에 좁아진 위치 때문이다. 아들을 낳고 승승장구하던 얌전은 중궁전으로 복귀한 중전(고원희 분)이 인조(이덕화 분)의 총애를 독차지하는 바람에 화병까지 날 정도로 극심한 가슴앓이를 시작했다. 게다가 인조가 중전에게 “김소용은 덕이 없다. 에미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험담하는 걸 듣게 됐는가 하면, 내관에게 문전박대 당하는 등 찬밥신세가 됐던 것.

여기에 얌전은 이상궁(연미주)이 자신이 사가에서 낳아온 아들의 정체를 밝히겠다며 압박을 가하면서 더욱 수세에 몰렸다. 설상가상으로 주종관계를 확실히 하겠다며 사지로 내몰았던 김자점까지 죽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는 난관에 봉착, 얌전의 위기는 한없이 극대화됐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얌전의 악녀본색은 야멸차게 드러났다. 배신에 대한 앙갚음을 하려는 김자점에게 얌전은 자신의 아들이 보위에 오를 수 있도록 중전 자리를 내달라는 뻔뻔한 요구를 했기 때문. 특히 얌전은 김자점의 상황을 간파, 약점을 쥐고 흔들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얌전은 자신이 없으면 김자점 역시 득세 할 수 없음을 꼬집으며 인조를 치마폭에 감싸겠다고 공언, 김자점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데 결국 성공했다.
다시 의기투합한 것으로 보이지만, 얌전은 김자점을 향한 칼을 여전히 갈고 있는 속내 또한 숨기지 않았다. 얌전은 자신이 중전에 오르고 아들이 보위에 오를 경우 김자점부터 죽이겠다고 이를 갈며 퍼런 서슬을 드러냈다.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드는 얌전의 모습은 ‘꽃들의 전쟁’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임이 이날 또 한 번 증명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소현세자의 귀환 소식이 그려진 가운데, 여기에서도 얌전의 악녀본색이 드러났다. 얌전은 인조에게 소현세자 내외의 귀환을 백성들이 환영한다고 전하며 부자 사이를 이간질 하는 모습으로 훗날 벌어질 파란을 점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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