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드라마들이 현실사회 고민들을 품고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중이다. 취업난과 고용불안과 같은 사회 문제, 캥거루족과 같은 사회 현상 등이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있고 있는 것. 반인반수(半人半獸), 포토그래픽 메모리(한 번 본 것은 사진처럼 머릿속에 입력하는 천재적 기억능력)와 같은 드라마틱한 소재들이 일군의 드라마를 장식하고 있다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사회를 발판으로 동시대에 벌어지는 우리 삶 자체를 드라마로 형상화한다.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은 고용불안에 돋보기를 들이댄 드라마다. ‘직장의 신’에선 유통그룹 Y-JANG을 배경으로 다양한 고용문제가 매회 에피소드를 장식한다. 주인공 미스김(김혜수 분)은 100여개가 넘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회사에 닥친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능력 넘치는 직장인. 어느 직장에서든 탐낼 만큼 능력을 갖췄지만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해 근무 기간 3개월이 넘으면 무조건 회사를 옮긴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일하되 근무 시간이 초과할 경우 회식에 참석해 고기를 자른 것조차 수당으로 계산하며 직장 내 구성원과는 업무 외에는 관계를 철저히 차단시키는 게 미스김의 법칙이다.
다소 삭막해 보이지만 드라마가 전개되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미스김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행동도 납득이 안 될 일은 아니다. 은행에서 사회 초년병 시절을 보낸 미스김이 해고를 경험하고 이후 사회의 높은 벽을 체감한 뒤 이 같은 로봇 같은 삶을 선택했다는 설정은 고용불안을 껴안고 사는 이 시대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근로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최근에는 미스김 외에도 Y-JANG에 28년을 근속한 고과장(김기천 분)이 구조조정으로 권고사직 위기에 처한 모습이 그려지며 고용불안이라는 그림자는 더욱 짙게 시청자에게 다가왔다.
SBS 주말드라마 ‘원더풀마마’(극본 박현주, 연출 윤류해)에서는 캥거루족 3형제가 등장, 이 시대의 또 다른 얼굴을 그린다. 사채로 부를 손에 쥔 윤복희(배종옥 분)의 세 자녀들은 엄마에게 의지해 자립을 차일피일 미루는 청년들. 일생을 명품쇼핑과 사업구상, 유흥문화 탐닉에 몰두하는 게 이들의 모습이다. 취업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취직을 포기하는 것 보다 이들 세 자녀는 성인이 됐을 때 짊어져야 할 무거운 책임의 짐을 부모의 과보호 속에 회피하는 진정한 의미에서 성장을 거부하는 인물들이다.
결국 복희는 치매 발병 이후 아이들의 성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내쫓듯 3남매를 거리로 내몰며 ‘원더풀마마’의 본격 스토리도 막이 올랐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인물 묘사와 과한 스토리 전개가 불편하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원더풀마마'를 통해 드러난 이 같은 세 자녀의 모습은 대중문화 속에 비춰진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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