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정확성과 장타력, 수비, 송구, 주루 능력 다섯 가지 무기를 두루 갖춘 타자를 5툴 플레이어로 부른다. 그런데 NC 다이노스의 3번 타자 나성범(24)은 이 요소들 말고도 무기가 더 많았다. 왜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는 물론 야구 관계자들도 그를 주목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연세대 2학년 시절 뉴욕 양키스가 계약금 100만 달러를 베팅한 러브콜을 받은 전도유망한 좌완이기도 했던 나성범은 지난해 2라운드 특별지명을 통해 신생팀 NC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 3억원을 받은 대형 좌완은 “스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투수보다 야수로 뛰는 것이 더욱 낫다. 가능성 있는 선수인 만큼 더 많은 경기를 출장하는 타자로 전향하는 것이 좋다”라는 김 감독의 판단 하에 타자로 전향했다.
“대학 시절 고려대와의 정기전 때도 봤는데 투타 모두 능숙하더라. 그런데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쳤던 전력이 있었고 이후 3,4학년 시절에는 대학 초년병 시절의 좋은 구위가 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만약 성범이가 우리 팀 주축 투수로 뛰며 첫 해 10승을 거둬도 패가 더 많은 선수가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크게 받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야수로서 재능도 풍부한 만큼 더 많은 경기에 나서는 타자로 전향해 팬 몰이를 해주길 바랐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무려 33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하는 고충 속에서도 94경기 3할3리 16홈런(1위) 67타점(1위) 29도루(2위)의 뛰어난 성적을 올린 나성범. 지난해 10월부터 원인 모를 통증을 참고 훈련하다 2월 검진 결과 오른손 유구골 골절로 판정받아 수술받는 바람에 시작이 늦었던 나성범은 현재 1군 무대 6경기 3할6푼(25타수 9안타, 13일 현재) 2홈런 9타점으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12일 두산전에서는 5타수 4안타 2타점으로 선배 이호준 등 동료들과 함께 17-5 대승 주역이 되었다.
원래 나성범은 광주 진흥고 졸업 당시 2008 드래프트에서 LG에 2차 4라운드로 지명되었던 바 있다. 당시 LG 스카우트로 재직하던 이효봉 현 XTM 해설위원은 “나성범은 호타준족의 외야수로서 가능성을 보고 지명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나성범은 LG 입단 대신 연세대 진학을 결정했고 대학 진학 후 좌완 특급 에이스로 뛰다 다시 타자로 활약 중이다. 원래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갖춘 만큼 현재도 주전 중견수로서 수비-주루에 있어서는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다.

6경기 표본일 뿐이지만 장타율 6할8푼에 출루율 4할4푼8리로 이를 합친 OPS는 무려 1.128. 이미 5툴 플레이어임을 제대로 보여주는 중인 나성범은 이것 말고도 더 좋은 무기들을 갖추고 있다.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잘생긴 외모와 바로 성실하고 착한 성품이다. 이미 아마추어 시절부터 1년 터울의 친형 나성용(LG-경찰청)과 함께 훈남 형제로 알려졌던 나성범이다. 굳이 외모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될 법 하니 생략한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스타 플레이어로 성공하기 충분한, 바람직한 성격. 김 감독은 지난해 한 시즌을 치르고 유구골 골절상을 발견하기 직전까지 나성범의 행동과 근성을 높이 샀다. 때로는 상대팀이 고의로 던진 몸에 맞는 볼도 꽤 많았음에도 화 내거나 아픈 티를 안 내고 묵묵히 1루로 걸어나갔다는 점. 그리고 유구골 골절상이 판명되지 않았을 때 아파하면서도 정상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는 데 대해 김 감독은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성범이가 주축 타자인 만큼 코칭스태프 쪽에서 ‘네가 몸에 맞는 볼 등 상대의 견제에 쉽게 화내면 오히려 자기 성미를 못 이기고 지는 쪽이 되어버린다. 그만큼 네가 되도록 최대한 아픔을 참고 경기에 임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래도 공에 맞는다는 것이 엄청난 고통일 텐데 아픈 기색도 안 비추고 묵묵히 뛰더라. 유구골 골절상은 사실 지난 시즌 말부터 계속 성범이를 괴롭혔던 부상이다. 그런데 너무 아플 때 빼고는 대부분 정상 훈련을 모두 소화해냈다. 계속 원인을 못 찾다가 뒤늦게 진단 결과를 받고 수술에 들어가는데 내가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홍보팀 박중언 대리는 지난해 말 1,2군 타이틀 홀더 시상식을 위해 함께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을 떠올렸다. “시상식 후 소위 ‘핫 플레이스’를 함께 갔는데 성범이가 어떻게 어딜 가야 할 지 모르고 우물쭈물하더라. 한창 나이에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던 만큼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모르고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가장 난감한 전화가 술 마시는 것을 싫어하는 데 술 먹으러 나오라고 하는 전화라더라. 그 날 결국 남자 둘이서 스무디 하나씩 마시고 끝났다.(웃음)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그만큼 야구를 진지하게 임하는 선수임을 알 수 있었다”.
그라운드에서 야수로서 갖춰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은 물론이고 잘 생긴 외모에 성실함과 근성까지 두루 갖춘 나성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선수인 만큼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로 선수를 일찍 들뜨게 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켜봐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분명 NC는 물론이고 장차 한국 야구를 이끌 만한 재목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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