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의 주역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 불꽃을 태울까?
김남일(36)과 이천수(32)가 인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승부를 결정하진 못했지만 김남일과 이천수는 중원을 장악하며 인천의 공격축구에 힘을 보탰다.
주장 김남일은 경기 후 표정이 좋지 못했다. 반드시 이겨야할 경기를 놓쳤기 때문이었다. 그는 최근 기량이 전성기 시절 못지않다는 평가에 “나는 2002년부터 똑같은 모습 보이고 있다. 체력적인 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있지만 해오던 것을 하고 있다”며 자만을 경계했다.

슬쩍 꺼낸 대표팀 발탁에 대해선 “솔직히 기쁘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좋게 봐주시니까 대표팀 승선 찬스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남일이 가장 신경 쓰는 팀은 국가대표가 아닌 인천이다. 그는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먼저 챙겼다. 김남일은 “적지 않은 나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대표팀에 다시 승선하게 되면 큰 영광”이라면서도 “대표팀에 대해 부담감이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내려놨다’고 인터뷰했다. 대표팀 이야기가 나와 팀 분위기가 흐트러질까 걱정이 된다”며 속마음을 밝혔다.
이천수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는 “10년 넘게 대표팀을 하면서 많은 후배들과 경쟁해 자리를 지켰다. 지금은 도전하는 상황이다. 그 선수들보다 오래 쉬었으니 그걸 채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중에 때가 오면 도전장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대표팀 이야기 나오면 흥분이 된다”고 설렜다.
이천수는 워낙 구설에 많이 오른 탓인지 “내 몸이 100% 아니라고 감히 대표팀을 고사할 순 없다. 또 몸이 100%라고 대표팀에 뽑아달라고 거론하는 것도 아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김남일과 이천수는 입담만큼은 여전히 국가대표였다. 이천수가 골대를 맞춰 첫 골 사냥에 실패하자 김남일은 “기분이 나빴다. 기다리면 해줄거라고 기대해서 기다렸는데...”라고 말해 취재진을 웃겼다.
이천수도 입씨름은 타고 났다. 부평고 선배 김남일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일이 형이 대표팀 시절에 너무 어려웠다. 나이차도 애매했다. 나이가 완전 많으면 선배대접을 하고 어리면 맞먹겠는데 어중간했다. 지금은 (마음을) 오픈해주셔서 아주 편하게 생활한다”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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