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34, 인천)에게서 황선홍(45, 포항)이 보인다?
2002년 한일월드컵 주역들이 오랜만에 그라운드에서 뭉쳤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후반전 설기현이 교체로 투입됐다. 오랜만에 ‘남일이가 찔러주고, 천수가 달리고, 기현이가 때리는’ 장면이 나왔다. 인천축구전용구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은 11년 전 인천에서 포르투갈을 물리치고 월드컵 16강에 올랐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8일 전북매일C와의 2013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에서 오랜만에 골을 신고한 설기현은 컨디션이 좋았다. 강력한 몸싸움과 날카로운 패스, 마무리 슈팅까지 날카로웠다. 설기현은 후반 추가시간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맞았다.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기는 그의 칩샷은 아쉽게 골대 위로 넘어갔다.
경기 후 설기현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이천수는 “처음 대표팀을 갔을 때 (홍)명보 형, (황)선홍이 형에게 의지하면서 경기했다. 지금은 (김)남일이형, (설)기현이 형에게 기대고 있다. 특히 부상이 완쾌 된 기현이형에게 기대하고 있다. 아마 후배들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주장 김남일 역시 “기현이가 빨리 복귀했으면 했다. 공격에서 좋은 활로를 만들어줬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과정이 굉장히 좋았다”며 만족했다. 이날 김남일의 날카로운 패스가 설기현의 결정적인 장면으로 매끄럽게 이어진 장면이 많았다. 설기현은 직접 활로를 뚫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줬다. 다만 어린 후배들은 과감하게 슈팅을 때리지 않아 결정을 짓지 못했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설기현 등 월드컵 3인방에 대해 “인천은 아주 훌륭한 팀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핵심 김남일 이천수, 후반의 설기현 등 베테랑들이 팀을 활기차게 만들었다. 우리 어린 선수들도 좋은 점을 잘 배웠다”고 칭찬했다.
설기현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황선홍에게 설기현으로 이어진 유산이 이제 후배들에게 전수될 차례다. 김봉길 감독은 “기현이가 아직 100%는 아니다. 후반에 공격을 주도하며 기대했던 활약을 했다. 2002년 멤버 김남일, 이천수, 설기현이 경기장에서 열심히 해주는 모습이 고맙다. 훈련에서도 모범 보인다. 후배들이 보면서 같이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2년 월드컵의 소중한 경험은 이제 K리그에서 후배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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