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외국인 이야기]무너지는 주키치, LG는 어찌 해야 하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5.13 06: 02

LG 외국인 좌투수 벤자민 주키치(31)가 또 무너졌다. 주키치는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4이닝 3실점했다. 4월 12일 대전 한화전 이후 선발승은 실종됐고 평균자책점은 5.02까지 올랐다. 기대했던 지난해 전반기(평균자책점 2.75)의 모습은 커녕, 지난해 후반기(평균자책점 4.83)보다도 부진하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너무 안 좋다. 벤치에서 판단을 내리기 힘들 정도로 기복이 심하다. 제구와 구위가 안정세를 찾은 것 같다가도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볼넷이 많아지고 대량 실점이 잦아진 만큼, 마냥 믿고 맡길 수 없다. 2011시즌 리그 최다 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올 시즌에는 첫 등판 이후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가 없다. 최근 다섯 번 등판 중 세 번은 5회 이전에 내려갔다. 연승은 잇고, 연패는 끊어야하는데 반대의 결과를 내고 있다.
12일 롯데전도 그랬다. 1회까지만 해도 몸쪽 컷패스트볼의 제구가 완벽히 이뤄지며 기대감을 높였다. 마치 지난 시즌 전반기를 보는 것 같았다. 2번 타자 정훈에게 2루타를 맞긴 했지만 불운에 의한 빗맞은 안타였다. 문제는 세컨더리 피치로 삼은 체인지업이었다. 체인지업이 어이 없이 형성되며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상대의 헛스윙을 유도해야 하는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렸다. 1회 선취점을 내주더니 4회에는 연속 볼넷과 함께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3-3 동점을 허용한 뒤 이날 등판을 마쳤다. 지난 7일 잠실 넥센전 퀄리티스타트로 생겼던 희망이 다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기록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제구력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주키치는 볼넷보다 탈삼진이 2, 3배 많을 정도로 예리한 제구력을 자랑했다. 2011시즌에는 탈삼진 150개 볼넷 53개였고 2012시즌에는 탈삼진 96개 볼넷 54개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탈삼진 22개 볼넷 18개로 탈삼진과 볼넷 비율이 1대1에 근접하고 있다. 주키치는 자신의 모든 구종을 자유롭게 컨트롤하는 투수는 아니다. 보통 자신의 의도대로 컨트롤되는 구종 몇 가지를 그날 컨디션에 맞춰 집중적으로 구사한다. 주키치의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총 6종류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있어 포수와 호흡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주키치는 2011시즌부터 2012시즌 중반까지 베테랑 포수 심광호를 전담포수로 두었다. 그리고 이 기간 총 43번의 선발 등판서 18승 8패 평균자책점 3.24를 찍었다. 탈삼진은 194개 볼넷은 73개였다. 우연치 않게 심광호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이별한 6월 15일부터 주키치의 추락이 시작됐다. 주키치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25번의 선발 등판에서 4승 11패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 중이다. 탈삼진은 69개 볼넷은 51개다. 기록만 놓고 보면 완전히 다른 투수다.
물론 좋은 투수는 포수를 가리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래도 주키치가 다양한 구종을 불규칙한 제구력으로 구사하고, 예민한 성격이며, 상황을 판단하는 부분에 있어 포수의 리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점은 염두에 두어야한다. 결국 전지훈련부터 주키치와 호흡을 맞췄던 현재윤의 부상 이탈 또한 최근 부진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할 확률도 무시 못한다. 현재윤은 전지훈련에서 주키치의 공을 처음 받은 소감으로 “주키치의 컷패스트볼을 잡을 수 없었다. 포구하기는커녕 펀칭하는 수준 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지막에 꺾이는 각도가 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주키치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만큼, 주키치의 투구가 상대 타자들의 눈에 충분히 익숙해졌다. 릴리스포인트를 숨기면서 나오는 특이한 투구폼도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면 올 시즌 구속을 높이는 과정에서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제구력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LG는 앞으로 주키치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LG는 4일 휴식 후 17일부터 KIA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주키치의 통산 KIA전 성적은 6번의 선발 등판서 0승 3패 평균자책점 6.61. 다음 주중 3연전 상대는 삼성인데 삼성전에선 통산 7경기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17로 호투했다. 흔들리고 있는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워줄지, 아니면 실리를 추구할지 선택해야 한다.
LG는 4월 한 때 5할 승률 +5까지 올라갔었다. 이는 김기태 감독 부임 이후 최고 승률이었다. 그러나 현재 팀 성적은 14승 18패, 5할 승률 -4까지 떨어졌다. 시즌 전 가장 큰 불안요소는 외국인투수 부분이 아닌 토종 선발진이었다. 당시만 해도 주키치는 최소 두 자릿수 승은 올리는 상수였다. 그러나 현재 주키치는 올 시즌 선발 등판한 5명의 LG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찍고 있다. 만일 주키치가 다시 일어서지 못하면, LG는 올 시즌 구상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선발 등판 계획을 짜는 것 이상의 힘든 결정을 내려야할지도 모른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