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일정은 이제 25% 가량 소화했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펜투수들이 지쳐갈 시점도 가까워지고 있다.
개막 후 한 달이 지나면 불펜투수들이 겨우내 비축해둔 체력도 조금씩 소모되기 시작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벌써부터 바닥을 보일 수도 있다. 이제 여름이 오면 투수들의 체력소모는 가속화된다.
사실 모든 감독들은 선발 6이닝+중간계투 2명이 2이닝+마무리투수 1이닝 씩 맡아주면 된다는 마운드운영 계획은 갖고 있지만 1년에 이와 같이 '계획대로 되는' 경기는 몇 번 안 된다.

때문에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감독과 투수코치, 그리고 불펜코치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머리가 아파진다. 팀 성적과 불펜투수의 체력관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심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팀 불펜사정과 코칭스태프의 성향에 따라 불펜투수의 기용은 크게 달라진다. 지나치게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도 생기고, 철저하게 관리 받으면서 큰 무리 없이 활약하는 선수도 있다.
불펜투수의 체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등판 수, 투구 수, 등판간격, 이닝 등이 있다. 각 항목에 따라 1위를 달리고 있는 투수들을 꼽아봤다.
▲ 등판 수 1위 - 롯데 이명우
롯데 좌완 이명우는 2년 연속 등판 수 1위를 기록 중이다. 작년 74경기에서 2승 1패 10홀드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한 이명우는 최다등판 1위에 올랐었다. 올해도 이명우는 20경기에 나와 1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고 있다.
이명우는 롯데가 치른 31경기 가운데 20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좌완 원포인트에 가까워 15이닝만을 소화했다. 그 뒤를 이어 18경기에 나선 넥센 박성훈(2승 1패 5홀드 ERA 4.50) 역시 10이닝만을 소화했다.
17경기에 출전, 공동 3위에 오른 선수는 무려 8명이나 된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단연 한화 송창식(1승 2패 4세이브, ERA 2.22)이다. 벌써 24⅓이닝을 던졌는데 등판하면 1⅓이닝을 던진 셈이다.
▲ 투구 수·이닝 1위 - 한화 송창식
송창식은 17경기에서 377개의 공을 던져 경기 당 22.2개의 공을 던졌다. 그의 평균자책점인 2.22와 숫자가 묘하게 비슷하다. 그가 소화한 24⅓이닝은 불펜투수 가운데 단연 1위다.
그 뒤를 이어 두산 오현택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복귀한 오현택은 현재 두산 마무리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14경기에서 3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1.19를 기록 중인 오현택은 322개를 던져 투구 수 2위, 22⅔이닝으로 최다이닝 2위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불펜투수의 투구 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닝보다는 공을 던진 개수를 파악하는 것이 피로도를 측정하는데 정확한 잣대가 된다는 설명이다.
▲ 연투 1위 - 한화 송창식
송창식은 연투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일 연속 등판이 4번, 3일 연속 등판이 1번으로 총 5번의 연투를 기록하고 있다. 불펜투수에게 가장 힘든 건 연투다. 체력이 회복될 시간을 주지 않고 마운드에 오른다면 그 만큼 피로는 쌓이게 된다. 그래서 보통 3일 이상의 연투는 피하는 편이다.
그 밖에 이명우가 2일 연속 1번, 3일 연속 3번 등판했고 박성훈은 2일 연속 3번, 그리고 4일 연속 1번을 기록했다. 이들은 좌완 원포인트답게 연투 시에는 가급적이면 1이닝을 넘기지 않았다.
현재 한화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송창식의 연투가 1위라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화의 성적은 8승 21패 1무로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았다. 그럼에도 송창식의 연투와 출전경기가 많았다는 건 정해진 기준 없이 출전하는 경기가 많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한화 주전 마무리 송창식의 현재 세이브는 4경기, 그리고 블론세이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등판 수는 17번이다. 나머지 13번의 등판은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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