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8연패를 끊는 역투를 선보인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주가가 계속 치솟고 있다.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돈 매팅리(52) LA 다저스 감독의 행동 하나하나에서도 모든 것이 입증되고 있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4승(2패)째를 따냈다. 개인적인 승리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팀의 지긋지긋한 8연패를 끊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경기였다. 류현진도 경기 후 “긴 연패를 내가 던지는 날 끊을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구세주 같은 몫을 한 류현진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와 LA 타임스를 비롯한 지역 언론들은 다저스가 8연패를 끊었다는 것을 대서특필하면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을 제공한 류현진의 투구에 주목했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이 6이닝 동안 상대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초반 승기를 잡았다”고 호평했다. MLB.com 역시 “류현진이 (마이애미 선발) 슬로위를 압도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에 대한 극찬은 매팅리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구보다 연패에 스트레스가 심했던 매팅리 감독은 경기를 총평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류현진의 이름을 꺼냈다. 여기서 류현진에 대한 사전 질문은 없었다. 4안타를 친 이디어 등을 제쳐두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류현진을 손꼽았다는 뜻이다. 매팅리 감독은 입을 열자마자 “류현진이 아주 잘 던졌다.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류현진에 대한 미국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매팅리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구속에 흥미를 느끼지만 류현진은 장인(Master)과 같은 선수다. 로케이션도 뛰어나고 탁월한 구속 변화 능력을 갖췄다”라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라고 극찬했다. 매팅리 감독이 선발 투수의 투구 내용을 두고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칭찬하는 것은 사실 보기 쉬운 일은 아니다.
류현진에 대한 매팅리 감독의 신뢰는 경기에서부터 드러났다. 류현진은 5회까지 87개의 공을 던졌다. 6회에는 투구수 100개를 넘겼다. 다른 투수들 같았으면 7회가 시작되기 전 교체 타이밍이었다. 실제 전날(11일) 등판한 맷 매길은 투구수가 93개에 이르자 6회 시작 전 미련 없이 바꿨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은 6회가 끝난 뒤 류현진에게 찾아가 “더 던질 수 있겠느냐”라고 의사를 물었다. 류현진의 대답은 “Yes”였고 매팅리 감독은 주저 없이 류현진에게 7회를 맡겼다.
다저스는 현재 불펜 상황이 썩 좋지 않다. 필승조들은 불안한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마무리 브랜든 리그는 교체 이야기까지 나온다. 5점의 비교적 넉넉한 점수차였지만 매팅리 감독은 힘이 다소 떨어진 류현진이 불펜 투수들보다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최근 팀에서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만이 받을 수 있는 대우이기도 하다.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매팅리 감독의 신뢰는 크다. 시즌 4승과 함께 그 신뢰감은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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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