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햇살이 점차 따뜻해지고 있다. 이제 긴팔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 날씨가 류현진(26, LA 다저스)에게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일단 선수 자신의 생각은 긍정적이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음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4승과 함께 팀의 8연패를 끊었다. 모처럼의 승리에 다저스타디움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팬들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류현진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류현진의 표정도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런데 경기 외적인 상황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날씨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은 4월 말까지만 해도 구름이 많거나 간간히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았다. 날이 비교적 궂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특유의 캘리포니아 날씨를 찾아가고 있다. 이날 경기 시작(오후 6시) 당시 다저스 구단이 공식 발표한 기온은 섭씨 24.5도 정도였다. 한낮에는 3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날이 더웠다. 다음날 최고 온도는 32도까지 치솟았다.

선수들은 경기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땀을 많이 흘리는 선수들은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투수들은 습기에 민감한 경우도 있다. 공을 채는 감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날이 적당히 따뜻하면 몸을 좀 더 수월하게 풀 수 있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다. 류현진도 이 점에 주목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올해 등판 중 가장 더웠던 날씨에 대해 “오늘 날씨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라고 미소 지으면서 “따뜻한 것이 투수에게 좋은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류현진은 “생각보다 스피드도 더 나왔고 공을 던지는 데 불편한 것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고 날씨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 이날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구속을 끌어올리며 마이애미 타선을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2회에 직구 최고 구속이 94마일(151㎞)까지 올랐다. 류현진은 지금까지의 등판에서 경기 초반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다소 고전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그런 것이 없었다. 시작부터 전력투구가 가능했던 것은 스스로의 말대로 따뜻한 날씨의 덕도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물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이동거리가 길어질 경우 부담은 커 진다. 롱런을 향한 하나의 과제라고 할 만하다. 다만 한국의 여름도 만만치 않게 덥다는 점에서 날씨에 대한 대비책은 가지고 있을 법하다. 어쨌든 따뜻해지는 날씨는 류현진에게 실보다는 득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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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