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해밍턴 "'진짜 사나이' 대본, 구경도 못 해봤다" [인터뷰]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5.13 08: 03

호주 출신의 방송인 샘 해밍턴은 요즘 예능계의 대세남이다. MBC '진짜 사나이’에서 ‘보호본능 자극하는 호주형’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는 신인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로버트 할리를 밟고 올라가고 싶다”라며 재치 있는 포부를 밝힌 이 호주형은 이미 그 목표를 반 이상 이룬 것 같았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를 통해 다시금 대중에게 존재를 각인시킨 그는 그 방송 이후 순식간에 대세가 됐다. ‘좀 희한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방송된 ‘라디오스타’에 뜬금없이 그를 섭외한 제작진의 심미안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될 줄 알았냐는 질문에 정작 그는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제작진의 의도가 뭔지도 모르겠고, 녹화가 끝난 뒤에는 녹화가 잘 안 됐다고 생각했다”면서 “집으로 가는 길에 다 포기하고 방송을 하지 않으려 했다”라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라디오스타’ 섭외를 두 번 정도 거절했어요. 정말 우연히 연락이 왔거든요. 지금도 왜 저한테 섭외가 온 건지 모르겠어요. 근데 이거 정말 예상이 안 돼요. 녹화 끝나고 유세윤이 재밌었다면서 연락이 왔는데 그래도 믿지도 않았어요. 방송 나올 때까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죠.”

더군다나 샘 해밍턴은 ‘라디오스타’의 성공이 지금의 인기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 했다. 그는 일부러 웃기려 하지 않고 그냥 본래의 자신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대본조차 없이 진행된 녹화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런 토크쇼도 처음이었고, 웃기려는 거 보다는 편하게 얘기할 생각이었어요. 아직도 제가 수유리 놀러간다는 이야기가 왜 웃긴지 모르겠어요. 그냥 솔직하게 제 모습 그대로 나간 거였거든요. 그리고 그냥 한 번 출연이 다른 방송 섭외로 이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 해서 어떻게 이어서 하느냐가 더 걱정이었죠.”
샘 해밍턴을 재 발굴한 ‘라디오스타’ 제작진의 안목도 놀랍지만 사실 ‘진짜 사나이’의 섭외는 그 이전이었다. 군에 입대한 외국인. 이 기발한 상상에 장본인인 샘은 오히려 “황당하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그저 “왜 외국인한테 한 번 보자고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제작진과 미팅을 진행했다.
“군대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황당한 건 없었어요. 그냥 외국인인데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게, 제가 이 자리에 맞는 건지 하는 생각은 했죠. 그래도 군대 생활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그 생각만 하면 다른 생각은 안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탱크, 총 그런 것들이 좋았죠. 이런 기회라도 접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진짜 사나이’를 통해 처음으로 군인이 돼 본 샘 해밍턴은 입대 전에는 남들이 다 그러하듯 걱정이 많았다. “단체 생활이 너무 낯설고 주변에서 늘 안 좋은 얘기만 들었기” 때문에. 그러나 막상 실제로 체험해 본 짧은 군대 생활은 전우애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것이었다.
“힘들고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아요. 전우애라는 게, 그런 우정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사회에서 만났으면 전혀 아무 관계도 없을 사람들이었겠지만, 군대에서 만나서 진짜 친하게 지내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24시간 같이 있잖아요.”
‘진짜 사나이’의 멤버들은 벌써 한 가족이 됐다. 이제 겨우 두 번의 녹화를 마친 이들이었지만 힘든 녹화가 이들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다. 인터뷰 중간에도 손진영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실제로 샘은 손진영, 류수영과 가장 친하다며 두 사람에 대한 칭찬을 시작했다.
“수영이랑 진영이는 둘 다 나보다 동생이지만 정말 친해요. 수영이 처음 봤을 때는 연기자 포스가 있어서 잘난 척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너무 착해요. 제가 형인데도 오히려 저를 챙겨주죠. 진영이는 방송 그대로 막 생각없이 행동하지만(웃음), 정도 많고 착한 친구예요. 경석 형은 정말 젠틀하신 분이고, 수로 형은 승부욕이 넘쳐서 게임할 때마다 좀 무서운 형인 거 같아요(웃음).”
샘은 서경석은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언제나 신사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그는 얼마 전 있었던 명령 불복종 사건 당시 너무 놀랐다. 이 일 이후 멤버들 사이에서 어색한 기운이 감돌 정도였으니. 그 날의 일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발사고였다.
“그 일 있고 나서 분위기 이상했어요. 출연자 사이에 어색한 부분도 많았죠. 저는 왠지 ‘우리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이 화내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경석이 형 얘기 들어보니까, 전우들하고 끝까지 다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안 도와주고 놀리니까 많이 실망했던 것 같아요. 경석이 형이 워낙에 친절하고 착하니까 평소 잘 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형 앞에서 기가 좀 죽었죠. 지금도 좀 조심스러워요.”
정말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는 샘의 증언에 그래도 믿지 못해 ‘정말 대본에 적힌 일 아니었냐?”며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단호하게 “대본이 없을뿐더러, 지금까지 대본이란 걸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대본은 없어요. 그냥 들어가서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예요. 미리 정보를 주거나 하는 게 전혀 아니에요. 오죽하면 녹화 하면서 제작진 얼굴도 못 보는데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VJ들이야 앞에 있기 때문에 보이는데, 제작진은 우리를 일부러 피하더라구요. 고생하는 우리한테 미안해서 그런 건지.”
진지한 분위기를 좀 바꿔서 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바나나라떼는 정말 맛있는 거냐고. 그러자 그는 바나나라떼를 비롯해 군대 음식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군대리아는 우유를 부어 먹으면 정말 고급스러운 맛이 나요. 제가 방송에서 먹으면서 하는 리액션은 정말 거짓말이 아니거든요. 근대 PX는 천국이죠. 밖에서 먹는 냉동식이 전혀 아니에요. 군대에서는 맛이 완전히 달라져요. 바나나라떼는 먹으면 힐링 되는 느낌이에요”
군대 생활에 대해 이토록 긍정적인 샘이지만 사실 고생을 많이 해 들어가기 싫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도 그를 녹화 현장으로 잡아끄는 건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었다.
“고생을 진짜 많이 해요. 남들은 정글보다도 힘들다고 하던데요. 심리적으로 저 자신을 시험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입대 다시 하기 전에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 정도예요. 그래도 6명이 다시 뭉칠 수 있는 자리니까 가요. 끝나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회에 나오면 허전한 느낌이 들어요.”
끝으로 그에게 물은 것은 대세가 된 기분에 대해서였다.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샘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냥 무조건 열심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조금 있으면 로버트 할리보다 유명해지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사유리랑 비교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명해지는 게 좋기는 하나 일부러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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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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