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우승 후 은퇴"...김상식이 꿈꾸는 최상의 시나리오[인터뷰]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5.13 13: 53

김상식(37)은 베테랑이다. 소속팀 전북 현대서 골키퍼 최은성(42) 다음가는 고참이다. K리그에서 김상식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김상식은 자신의 나이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김상식은 그저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신인과 같은 마음이다. 띠 동갑이 넘게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거리감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잘 모르는 게임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간식을 나눠 먹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은 뺏어 먹는다. 그저 김상식은 전북 선수들에게 선배라기보다는 친한 형 같은 존재다.
▲ 플레잉 코치? 변한 건 없다
김상식에게 이번 시즌부터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플레잉 코치'다.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비지만, 직책은 코치다. 코치로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이 이제 그의 몫이다. 지난 8일 열린 FA컵 32강전에서는 경기 시작 전 코치로서 선수들의 몸풀기를 도왔다. 하지만 김상식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별한 건 없다. 경기에 출전하다 보니 말은 코치인데 선수처럼 편하게 하고 있다"고. 코치로서 선수들과 상담하고 조언을 해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하던 일이다. 새롭게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선수' 김상식과 '플레잉 코치' 김상식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는 "처음 입단했을 때의 마음을 갖고 은퇴할 때까지 뛸 것이다. 나이라서 뒷짐을 지고 있기보다는 선수로서 열심히 뛰고 싶다"며 아직은 선수 '김상식'임을 밝혔다.

▲ 여전한 실력
김상식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1999년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고 지금까지 K리그서 매 시즌 31경기 이상을 뛰었다. 2011년에 가장 적은 22경기를 뛰었지만, 전북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한 탓에 경기 수를 조절해서였다. 지난해에도 김상식은 27경기를 뛰었다. 그만큼 김상식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전북의 최근 무실점 경기에는 모두 김상식이 있었다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김상식은 "기분이 좋다. 미드필더로 출전하면 우리 팀이 공격적이다 보니 공격과 수비를 다 신경써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수비수로 출전했을 때 체력적으로 힘든 적은 없었다"고 자신감을 표하면서 "플레잉 코치이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게 창피하고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일까봐 걱정도 된다. 내가 잘해야 지도를 하는데에도 면이 서는데, 내가 실수를 해서 기가 죽으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를 것 같다"며 최근에 생긴 애로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 우승 후 은퇴
김상식이 선수로서 꿈꾸는 것은 단 하나다. 우승을 하고 정점에서 은퇴를 하는 것이다. 그는 "몇 살까지, 그리고 누구보다 더 많이 뛰는 것 같은 건 관심이 없다. 500경기를 채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대단한 것은 맞다. 하지만 걸어온 길이 다르다. 나는 그저 내 자신에게 만족하면 된다"며 "단지 목표는 우승을 하고 은퇴를 했으면 하는 거다. 미련이 조금은 남겠지만, 좋을 때 은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식이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후의 은퇴다. K리그에서 5번을 우승한 김상식이지만 아직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없다. 그는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욕심이 많다.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내 노력이 부족했는지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그만큼 올해 기회가 되면 우승을 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성남과 전북
김상식의 축구 인생은 성남과 전북으로 나눌 수 있다. 1999년 성남 일화의 전신 천안 일화에서 데뷔한 김상식은 2008년까지 성남에서 뛰다가 2009년 전북으로 이적했다. 성남의 리빌딩에 맞물려 팀을 옮기게 된 것. 하지만 김상식의 기량은 전북으로 이적하고 나서도 여전했다. 김상식은 2009년과 2011년 전북의 K리그 우승을 이끌며, 성남 시절을 포함해 총 5번의 K리그 우승을 경험하게 됐다. 그만큼 김상식에게 성남과 전북은 독특한 감정을 갖게 만드는 대상이었다. 그는 "성남은 내가 처음 시작한 곳인 만큼 미련도 있고, 애착도 있다. 내가 있을 땐 최고였던 만큼 최근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다"며 "전북에도 특별한 감정이 있다. 지금의 전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주인의식이 있다. 내가 전북을 만드는데 동참한 만큼 지금의 수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전북을 향한 애정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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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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