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후배가 영화 한다면 뜯어 말린다" [인터뷰]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5.13 14: 40

개그맨이자 영화제작자로 활약하는 이경규가 '전국노래자랑'을 들고 또다시 극장가를 찾았다. 상대는 할리우드에서 건너온 무적의 '아이언맨 3'. 얼마나 센 놈이진 토종 '전설의 주먹'을 한 방에 날리고 달리는 '런닝 맨'을 뒤로 잡아 끌면서 혼자 스크린 다 차지하고 독주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전국노래자랑'은 나름대로 선전을 펼치고 있다. 개봉 첫날부터 2주차까지 '아이언맨 3'에 이어 줄곧 2위를 달렸다. 1위와 워낙 차이나는 2위지만, 상대가 다름아닌 '아이언맨 3'였으니 이경규로서는 자부심이 남달랐다. "'아이언맨 3'를 피해갈 이유가 없다고 봤다. 오히려 극장에 사람 많이 몰리니까 더 좋은 영향도 있을테고"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이경규를 5월 어느날 광화문 인근의 한적한 카페에서 만났다. 
 

ㅡ 영화 제작의 간격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제 노하우가 생긴건가
그렇지도 않다. 사람들은 복면달호로 돈 많이 번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복면달호'를 TV 재상영 때 자주 보고는 자기가 극장에서 본줄 아는거다.(웃음) 실제 '복면달호' 관객은 180만명 정도 들었는데 손익분기점을 맞춘 정도다. 투자도 지인들한테 5억을 받았는데 그건 다 돌려줘서 다행이다. 배우와 스태프들 나눠주고, 나한테는 남은 게 없다. 오히려 손해를 봤지. 그동안 영화사를 운영하면서 버는 것 한 푼없이 고정비도 계속 많이 들어갔고. 이 돈은 다 내가 메웠다. 순수하게 내 돈으로.(웃음)
ㅡ영화 제작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투자 받는 게 가장 어렵다. 투자를 제대로 받으려면 캐스팅할 때부터 A급 배우가 붙어야 되는데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캐스팅도 진짜 어렵다. 쓸만한 배우는 한정됐고, 메이저 영화사가 먼저 특급 배우들을 만날 때 저희같은 마이너들은 마냥 기다려야 된다. 그래도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나름 인맥을 갖춘 덕분인지 이번에 ‘전국노래자랑’이 나올수 있었다. 당연히 기쁘지 않겠나.(웃음)
또 만들려는 영화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주제가 확실해야되고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된 소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책(시나리오)이 좋아야 되고. 물론 책만 갖고 (영화가 잘)되는 건 아니더라. 좋은 시나리오는 나쁜 영화가 될 수 있지만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좋은 영화가 나오지 못한다는 영화계의 금언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해보니까 나쁜 책도 훌륭한 감독을 만나 제대로 된 시각을 갖고 다룬다면 괜찮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ㅡ 제작자로서 첫 작품인 ‘복면달호’ 이후 벌써 11년이 흘렀다. 흥망성쇠가 유달리 심한 국내 영화계에서 소형 제작사가 7년 이상 버틴 사례는 흔치 않다
제가 5년전에 영화를 같이 했던 사람들 가운데 벌써 절반 이상은 이 업계에서 사라졌다. 그런데저는 10년 넘게 살아남았다. 왜냐하면 저는 영화를 거의 안 했기 때문에.(웃음) ‘복면달호”(2007년)을 찍고 벌써 7년이다. 제작사는 그 몇 년 전에 세웠고. 아주 아주 오래 전에, 처음 감독하고 주연을 맡았던 ‘복수혈전’은 욕도 많이 먹었지만 아직도 애착이 가는 영화다. 그때부터 거슬러올라가면 저도 영화를 한 지 진짜 오래됐다.
영화 제작이란 기다림의 싸움이다. 무언가를 계속 참고 기다린다는 게 정말 힘들다. 좋은 책이 나올 때까지,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가 캐스팅될 때까지, 투자가 될 때까지, 그리고 배급과 개봉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도 또 기다림의 연속이다.
ㅡ 배우를 캐스팅할 때 관상을 중요히 한다는 얘기가 많다
 
캐스팅은 결국 책 속의 캐릭터와 얼마나 맞느냐를 잘 고르는 건데, 어찌보면 관상을 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가 또 사람 관상을 아주 잘 봐요. 워낙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다보니 신인을 보고 쟤는 나중에 크게 될지 아닐지를 잘 맞추는 편이에요. 한 마디로 제 노하우인거죠. 이번 영화에도 유연석 이초희 등 신인들의 경우에는 관상을 많이 보고 뽑았어요. 나름대로의 촉을 갖고 고른거죠. 배우는 관상을 보면 딱 알잖아요?(웃음).
ㅡ 주류 영화인이 아니라는 이유도 설움을 많이 겪었다고 들었다. 아직도 그런가
‘복면달호’ 만들 때는 진짜 앵벌이를 했다. 당시에는 정말 설움이 많았지. ‘복수혈전’ 때는 젊은 혈기로 한 거고. 지금 그 때로 돌아가서 영화 제작을 하라면 못할 것 같다. 주류 영화인들의 선입견이 참 강하다. 저 사람이 영화에 대해 뭐 한 게 있고 아는 게 있다고, 도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겠냐 뭐 이런 거다. ‘복면달호’를 끝내놓으니까 많이 좋아졌다. 주류 영화인들에게 신뢰 프로세스를 쌓는 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다행히
시대가 다양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술하는 사람이 영화도 하고, 스포츠 스타가 코미디 하고, 야구 스타가 MC를 하는 그런 세상이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서 각각의 영역에 대한 선입견이 무너지는 추세 아닌가. 저야 90년대부터 일찍 시작했으니, .경력이 쌓이니까 조금은 인정한 것 아니겠다.(웃음)
하지만 후배 가운데 누가 영화 한다고 하면 뜯어말리겠다. 아니 절대 안 되는 거다. 국내에서도 수십억 수백억 들어간 대작들이 나오고 외국에선 수천억씩 쏟아 부은 블록버스터들이 줄지어 들어오는 데 이를 이겨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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