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들이 유럽 무대에서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2012년 8월의 여름은 뜨거웠다. 1948년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런던 땅에서 64년 만에 금단의 벽을 허물었다. 8번의 본선 무대를 밟는 동안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축구 메달 획득의 꿈을 드디어 이뤄냈다.
그리고 그 금자탑을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이 있었으니 홍명보호의 '맏형' 박주영(28, 셀타 비고)을 비롯해 '캡틴' 구자철(24) 지동원(22, 이상 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24, 스완지시티) 김보경(24, 카디프시티) 윤석영(23, 퀸스 파크 레인저스) 등 6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중 올림픽 무대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꿈에 그리던 유럽 진출에 성공한 이들도 있고, 더 큰 그림을 그린 이도 있다. 또 다른 이는 시련의 계절을 딛고 새로운 도전을 떠나기도 했다. 어찌 됐든 유럽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오롯이 발휘하려고 한 점은 공통된 목표였겠으나 실상 성공과 실패라는 뚜렷한 차이의 결과물을 받아들며 희비가 엇갈렸다.
▲ 기성용-김보경, 성공적 데뷔와 장밋빛 미래
출발선을 달랐으나 종착지는 같았다. 올림픽 6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기성용은 그 해 여름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600만 파운드(약 108억 원)을 기록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스완지시티로 적을 옮겼다. 반면 김보경은 소속팀을 정해 놓고 맘 편하게 런던행 비행기에 올라 스위스전서 결승골을 넣으며 홍명보호의 8강 진출에 디딤돌을 놓는다. 김보경은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이었던 카디프 시티로 이적을 확정했다. 많은 이들이 섣부른 판단이라고 만류했지만 축구 종가에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싶다던 김보경의 의지는 확고했다.
결과적으로 둘 모두 성공 시대를 열었다. 기성용은 이적 첫 해 스완지의 중원을 꿰찼다. 올 시즌 총 38경기(컵대회 포함)나 그라운드를 밟아 캐피털 원컵(리그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EPL 9위까지 진출했다. 스완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눈에 띄는 활약으로 다음 시즌 주전 자리도 확고히 한 모양새다. 김보경의 활약 또한 빛났다. 2부리그 28경기에 출전해 2골 3도움을 올리며 카디프의 우승과 승격에 일조했다. 12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라는 타이틀은 덤이었다. 탄탄대로다. 다음 시즌 기성용과 함께 EPL 무대를 누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 구자철-지동원, 독일 분데스리가 호령하다
'지구특공대'라고 불리는 둘의 콤비는 지난 2011년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 공격 옵션으로 떠올랐다.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었다. '캡틴' 구자철은 3-4위전이었던 일본전서 쐐기골을, 지동원은 영국 단일팀과 8강전서 선제골을 넣으며 동메달 획득에 공을 세웠다. 그리고 지동원이 지난 1월 구자철의 소속팀인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하며 대표팀이 아닌 유럽 무대에서 발을 맞출 기회를 맞이했다.
찰떡궁합은 여전했다.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구자철은 리그 20경기에 출전해 3골 2도움, 지동원은 16경기 4골을 기록했다. 현지 언론은 두 코리언 분데스리거를 향해 연신 극찬을 쏟아냈다. '잔류전도사' 구자철이 옆구리 부상으로 2달간 자리를 비웠을 때는 지동원이 그 역할을 완벽히 메웠다. 이들의 활약 덕에 상승 곡선을 그린 아우크스부르크였지만 여전히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16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뒤 원소속팀인 볼프스부르크와 선덜랜드로 복귀하는 구자철과 지동원의 미래는 밝기만 하다. 아우크스부르크를 비롯해 묀헨글라트바흐 등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 박주영-윤석영, 탈출구는 어디에
올림픽 활약을 발판으로 유럽 무대에서 성공 시대를 연 이들이 있었다면 박주영과 윤석영에게는 암운이 드리워진 시즌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와일드카드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박주영은 스위스와 일본전서 귀중한 2골을 터트렸다. 윤석영은 부동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며 전혀 주눅들지 않고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새 시대를 여는 듯했다. 박주영은 지난해 여름 아스날에서의 아픔을 뒤로 하고 셀타 비고로 둥지를 옮겼고, 윤석영은 '대선배' 박지성의 소속팀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 유니폼을 입으며 11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라는 영광을 안았다.
기대가 컸듯 실망도 컸다. 박주영은 시즌 초반 교체투입돼 극적인 골을 터트리는 등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는 듯했으나 이내 주전 경쟁에서 실패하며 총 26경기에 출전해 4골에 그치고 있다. 교체 출전이 많았다고는 하나 실망스러운 성적표인 것은 분명했다. 윤석영은 답답할 노릇이었다. 당초 '대스타'로 키워주겠가던 해리 레드냅 감독의 말을 믿고 풀럼 대신 QPR을 택했으나 리그 1경기를 남겨 놓은 현재까지 EPL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설상가상 박주영의 소속팀 셀타는 강등권인 19위에 놓여 있고, QPR은 일찌감치 2부리그로 강등이 확정됐다. 탈출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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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구자철-지동원-박주영-김보경(위) / 윤석영(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