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들리는 류현진의 롱런 가능성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14 06: 30

첫 8경기에서 4승을 따내며 순항하고 있는 류현진(26, LA 다저스)에 대한 평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팬, 언론들의 관심도 커지는 가운데 역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현장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에서 류현진의 롱런 가능성 또한 점쳐볼 수 있다.
류현진은 13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8경기에 선발로 나가 4승2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 중이다. 기록을 세부적으로 뜯어봐도 연착륙의 성과는 잘 드러난다. 6번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비롯, 8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손꼽힐 만한 기록이다. 50⅓이닝은 내셔널리그에서 공동 10위에 해당되는 성적이고 51개의 탈삼진은 공동 8위다.
현지에서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류현진이 지난 1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다저스의 기나긴 8연패를 끊어내자 관심은 더 커졌다. 클레이튼 커쇼와 더불어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수라는 호평이 지배적이다. 언론의 평가뿐 만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류현진을 지켜보는 현장 관계자들도 류현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현장 관계자들이 류현진의 장점을 ‘다양성’과 ‘경기 운영 능력’으로 압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하는 루키들은 빠른 구속으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MLB에서 버티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구속을 뽑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류현진은 최고 구속은 대개 140㎞대 중·후반이다. 왼손임을 감안해도 아주 압도적인 속도는 아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류현진이 다양한 변화구와 노련함으로 구속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저스 선수단의 최고 결정권자인 돈 매팅리 감독부터 이런 장점을 칭찬했다. 매팅리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구속에 주목하지만 류현진은 뛰어난 로케이션과 속도 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라며 이례적으로 극찬했다. 직구는 물론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를 자유자재로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능력에 주목한 것이다.
상대팀 감독들의 칭찬도 거의 비슷하다. 지금껏 류현진을 상대했던 감독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구종에서 나오는 변화무쌍한 투구”라고 평가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결정구 및 변화구가 뛰어나다”라고 말했고 마이크 레드몬드 마이이매 말린스 감독은 12일 경기 후 “가진 구종을 잘 섞었다. 속도 변화가 탁월했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투수들의 구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용이한 포수들의 평가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저스의 주전 포수인 A.J 엘리스는 “류현진은 항상 효율적인 피칭을 한다. 공격적인 태도도 돋보인다. 앞으로도 그렇게 리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이애미의 포수이자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을 친 미겔 올리보 역시 “투수가 4가지 구종을 다루면 타자들은 어떤 공을 던질지 모른다. 류현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구종을 던질 수 있다”라고 호평했다.
직구 구속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신체적 능력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에게는 4가지 구종을 상황에 맞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국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자신의 무기로 장착하며 진화했다. 현지에서는 류현진의 슬라이더와 커브도 체인지업 못지않은 위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설사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급격한 난조에 빠질 가능성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더 집요해질 타자들의 분석과 경계심이 변수이긴 하다. 하지만 올리보의 말대로 4가지 구종을 한꺼번에 대처하기는 불가능하다. 한편으로는 류현진 또한 타자들의 성향을 알아가는 만큼 꼭 불리한 여건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류현진이 연착륙에 이어 앞으로의 전망까지 밝히고 있다.
skullboy@osen.co.kr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