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교체 카드, 누가 가장 먼저 쓸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5.14 06: 34

외국인투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위기를 넘긴 외국인 투수들이 있는가 하면 더욱 깊은 늪에 빠진 선수들도 있다. 과연 어느 팀에서 가장 먼저 외국인 교체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퇴출 1순위로 꼽힌 롯데 크리스 옥스프링이 투구폼 수정 이후 대반전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NC의 외국인 트리오 아담 윌크, 찰리 쉬렉, 에릭 해커도 고비를 넘기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불안불안한 피칭으로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진 선수들도 있다. 
LG 벤자민 주키치가 대표적이다. 올해로 한국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주키치는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올해 8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5.02으로 부진한 까닭. 주키치의 부진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후반기 이후 19경기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 4.91.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예년에 비해 구위가 떨어졌고,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독특한 크로스 스탠스 투구폼과 습성이 읽히며 공략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믿었던 에이스 부진으로 LG의 초조함도 커진다. 

지난해 5월말 대체 선수로 들어와 9승을 올리며 147⅓이닝을 소화한 KIA 헨리 소사도 2년차가 된 올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8경기에서 4승1패를 거두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6.22로 규정이닝을 채운 31명 중 가장 높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3승1패를 올리고도 평균자책점 8.77로 부진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볼끝의 움직임이 밋밋해졌고, 특유의 싱킹 패스트볼이 무뎌졌다. 9이닝당 사사구가 5.24로 제구마저 들쭉날쭉하다. 송은범 영입으로 우승만이 지상과제가 된 KIA로서도 마냥 소사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불펜 붕괴로 지난주 역대 최다점수차 역전패와 최다실점차 패배를 당한 두산도 개점 휴업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개릿 올슨이 아쉽다. 올슨은 올해 3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6.52를 기록한 뒤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러나 아직 2군에서도 등판기록이 없다. 선발진의 공백이 불펜 난조로 이어지고 있는 두산의 투수진이 다급한 상황이고, 올슨이 국내에서 보여준 게 없는 선수라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의 대나 이브랜드도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브랜드는 올해 8경기에서 승리없이 2패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하고 있다. KIA 마무리 앤서니 르루를 제외하면 에릭·올슨과 함께 아직 승리를 신고하지 못한 외국인 투수 3명 중 한 명이다. 크게 부진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볼 스피드가 상대를 압도할 정도가 아니고, 매경기 불리한 볼카운트로 투구수가 늘어나 이닝이터 역할을 못하고 있다. 김응룡 감독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찾아오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5월 중순이지만 아직 9개 구단 중 어느 팀도 외국인 교체 카드를 꺼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 시기만 하더라도 KIA 호라시오 라미레즈, 한화 브라이언 배스, SK 아퀼리노 로페즈 등이 퇴출되거나 전력 외로 분류되어 퇴출이 잠정 확정된 상황이었다. 과연 올해는 어느 팀에서 외국인 교체 카드로 분위기 반전을 노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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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치-소사-올슨-이브랜드(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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