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직신' 황부장님, 업어치기 한 판 당해보시렵니까?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5.14 07: 57

‘3개월 계약직의 아이디어를 갈취하는 황부장에게 필요한 건 뭐?’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이 지난 13일 방송을 통해 정주리(정유미 분)의 계약해지 사건을 그리며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또 한 번 드러냈다.
주리는 사내 기획안 공모전에서 입상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부담을 느낀 회사가 그의 이른 계약해지를 종용했기 때문. 때마침 팔을 걷어붙인 미스김(김혜수 분)의 개입으로 주리의 해지건은 철회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 아이디어의 소유권이 주인 아닌 다른 이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한 점이었다.

주리의 계약해지와 철회를 결정한 황부장(김응수 분)은 규직(오지호 분)을 불러 기획안의 이름을 바꿔 올려 이를 추진하도록 지시하며 사실상 아이디어 강탈을 종용했다. 사내 공모전에서 입상할 만큼 우수한 아이디어이기에 버리긴 아깝고, 그렇다고 비정규직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엔 정규직의 면이 서지 않는 만큼 꼼수를 부려서라도 이득을 취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생각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는 앞서 황부장이 미스김과 벌인 유도 대련이 단서가 됐다. 주리의 계약해지를 철회해달라며 황부장을 넘어뜨릴 듯 넘어뜨리지 않은 미스김의 거래 제안에 황부장이 취사선택을 한 것. 예정돼 있던 3개월의 직장 생활은 보장하되 주리가 이룬 성과는 가로채겠다는 얍삽한 생각이 이 같은 지시를 가능케 했다. 주리의 인사권을 쥔 황부장의 ‘갑의 횡포’가 이날 ‘직장의 신’의 화두였다.
남양유업 사태를 비롯해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난 ‘갑의 횡포’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주목되는 건 ‘직장의 신’ 속 유사한 사안에 대한 미스김의 대처법이다. 그간 미스김은 다재다능함과 다수의 사회경험에서 비롯된 임기응변으로 주리를 수차례 위기에서 구한 바 있다. Y-JANG에서 을의 위치가 확실한 주리가 황부장에게 아이디어 강탈이라는 ‘갑의 횡포’를 당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항상 탁월한 선택을 해왔던 미스김의 결단은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날 방송에서 미스김은 황부장과 유도 대련을 펼치기에 앞서 정중한 태도로 깍듯하게 인사하며 예를 갖췄지만 눈빛만큼은 이글거림을 참아내지 못하는 모습으로 분노심으로 가득한 속내를 드러냈다. 계약직 미스김뿐만 아니라 이번 정주리 계약해지건은 정규직 정한(이희준 분)과 규직을 비롯해 Y-JANG 직원들의 공분을 자아낸 사건인 가운데, 최종회까지 3회 남은 ‘직장의 신’에서 황부장이 ‘갑의 횡포’에 대한 철퇴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회사 차원의 징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개인적 응징의 차원에서 미스김의 업어치기도 나쁘진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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