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격변기다. 지난해 왕년의 NBA 슈퍼스타 매직 존슨을 위시한 투자 그룹이 팀을 인수한 이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에는 고액 연봉자들을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잭 그레인키에 6년간 1억4700만 달러(1635억 원)을 투자했다. 류현진에게도 포스팅 금액을 포함해 약 6170만 달러(686억 원)을 썼다.
그 와중에 팀 연봉은 메이저리그(MLB) 전체 1위로 뛰어올랐다. 다저스의 올해 총 연봉은 약 2억3000만 달러(2558억 원)에 달한다. 그간 팀 연봉에서 부동의 선두였던 뉴욕 양키스를 끌어내리는 일대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주무르는(?) 두 명의 여성이 있다. 바로 다저스의 수석 트레이너 수 팔소니와 트레이너 낸시 패터슨 플린이 그 주인공이다.
다저스는 MLB에서도 진보적인 구단으로 손꼽힌다. 브루클린 시절이었던 1947년 흑인이었던 재키 로빈슨을 받아들여 야구의 인종장벽을 깨뜨린 팀이 바로 다저스다. 그 외에도 성별과 출신을 가리지 않는 파격 인사로 종종 화제가 되곤 했었다. 중국계 여성인 킴 응을 부단장 자리에 앉히며 MLB 최초의 여성 부단장을 만든 팀 또한 다저스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로스앤젤레스(LA)의 지역 특성상 구단 직원들의 면면도 그만큼 다양하다.

이런 다저스는 2011년 말 또 한 번의 인사로 화제를 모았다. 바로 팀의 여성 트레이너인 수 팔소니를 수석 트레이너로 임명한 것이다. 여성이 팀의 수석 트레이너가 된 것 역시 MLB 최초였다. 여성 인권이 발달된 나라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남녀 직업 선택폭이 우리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죄다 남자들인 야구팀의 트레이너는 당연히 남자였다. 이런 측면에서 다저스의 선택은 파격이라 할 만했다.
화제를 불러 모은 만큼 물음표도 따라붙었다. 업무의 강도를 버텨낼 수 있을지는 둘째치더라도 선수들과의 사이가 큰 관심을 모았다. 아무리 직업적인 일이라고 해도 몸과 관련된 일인 만큼 선수들의 거부감이 걱정됐다. 처음에는 껄끄러워 하는 선수들도 일부 있었다는 것이 현지 취재진의 귀띔이다. 다저스의 한 관계자 또한 “당연히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트레이너들은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오는 시간에 항상 맞춰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선수들의 몸을 돌본다. 하루 일정은 말 그대로 살인적이다. 거의 매일 경기가 이어지는 MLB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팔소니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구단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의 후배인 프린이 팔소니를 롤모델로 삼아 여성 트레이너로서의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두 명의 여성 트레이너가 활동하는 팀도 역시 다저스가 유일하다.
그런 팔소니는 요즘 얼굴 표정이 어둡다. 바쁜 업무도 업무지만 다저스에 부상 선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아드리안 곤살레스(목), 칼 크로포드(햄스트링) 등 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들이 많다. 이들을 돌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돼 하루가 끝난다. 마이너리그에 내려간 선수들도 주기적으로 재활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컸던지 취재 요청도 정중히 거부했다. 과연 팔소니의 얼굴 표정은 언제쯤 필 수 있을까. 어쩌면 그 시점이 다저스가 본격적인 반등을 알릴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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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