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속 시원한 발표를 못하는 것일까. 잭 그레인키(30, LA 다저스)의 복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정작 구단 측은 아직 복귀 일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오히려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가 더 큰 관심사가 되어 버린 모양새다.
쇄골 부상으로 시즌 초반 이탈한 그레인키는 최근 마이너리그 경기에 등판하며 순조로운 재활을 알렸다. 당초 6월 초에나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생각보다 재활 속도가 빨라 조기 복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 언론들은 그레인키가 빠르면 16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이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3연전의 첫 경기가 끝난 시점까지도 그레인키의 복귀 여부는 철저히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경기 전 “그레인키가 16일 워싱턴전에 등판할지, 아니면 마이너리그에 등판할지는 아직 이야기할 수 없다”라고 말했던 매팅리 감독은 14일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같은 질문에 “아직 발표할 수 없다”는 기존의 뜻을 되풀이했다.

다저스는 15일 경기에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등판한다. 로테이션상 원래라면 16일은 맷 매길의 차례이나 그레인키가 이날 복귀를 희망함으로써 조정 가능성이 열렸다. 이쯤 되면 구단이 확실한 일정을 정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선수도 언제, 어디서 등판할지 알고 준비를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레인키에 대한 ‘007 작전’은 현지 언론도 의아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런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단 그레인키의 복귀일에 대한 구단 내부의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수는 등판을 희망하고 있으나 구단 내부에서는 다른 생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매팅리 감독은 14일 경기 전 “네드(콜레티 단장), 의사, 트레이너의 생각이 모두 일치해야 한다”라고 말해 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레인키의 복귀가 예정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에서 신중을 거듭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다만 그레인키가 지금으로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두 번 건너 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매팅리 감독은 “너무 오래 기다리기는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늦어도 22일 밀워키 원정까지는 돌아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그레인키가 16일 등판하지 않는다면 류현진의 등판 일정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일단 매길의 자리에 그레인키가 들어오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다만 16일 매길의 투구 내용이 괜찮다면 6인 선발 로테이션의 가능성도 있다. 18일부터 원정 6연전이 이어지는 만큼 중간에 그레인키를 끼어 넣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를 선택한다면 류현진의 선발 등판 일정도 조정될 여지가 있다.
한편 14일 경기 도중 사타구니에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베켓은 경기 후 상태를 묻는 질문에 "난 의사가 아니다"라는 알쏭달쏭한 답변을 남겼다. 그레인키가 베켓의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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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