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좌완 사이드암 상대에서 왼손 타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팔이 자신을 향해 던지는 동작을 취하는 만큼 몸쪽 공을 갖다놓고 당겨치는 타격이 쉽지 않다. 그런데 ‘라이온 킹’ 이승엽(37, 삼성 라이온즈)은 간담 서늘하게 한 우측 파울 홈런 후 상대의 선택지를 좁힌 뒤 베테랑답게 좌측으로 적절하게 밀어치는 적시타로 쐐기점을 올리며 베테랑의 진가를 보여줬다.
이승엽은 14일 잠실 두산전에 3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6타수 1안타 2삼진 2타점을 기록했다. 타점을 빼면 사실 아쉬운 기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2타점 적시타가 경기 분위기를 감안하면 반드시 필요한 순간 제대로 터진 안타였다.
2-0으로 앞선 4회초 2사 만루. 상대는 좌완 사이드암 김창훈을 내세웠다. 통산 상대 성적은 1타수 무안타로 표본 자체가 적기는 하다. 그러나 김창훈은 오버스로가 아닌 팔 각도를 사이드스로로 던지는 스타일. 과거 이승엽은 스리쿼터형으로 던지던 이혜천(두산)에게 고전했던 바 있다. 투수가 타자를 향해 던지는 듯한 위력을 주기 때문에 좌타자가 좌완 사이드스로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김창훈을 상대로 2구 째를 끌어당긴 이승엽의 타구는 굉장히 잘 뻗었으나 우측 폴대 밖으로 떨어지는 파울 홈런이 되었다. 이승엽이 일발장타력을 갖춘 거포인 만큼 두산 입장에서도 쉬운 공을 줄 리가 없다. 게다가 파울 홈런으로 간담이 서늘해졌기 때문에 몸쪽보다 바깥쪽으로 범퇴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았다.
4구 째. 이승엽은 그 공을 제대로 밀어쳤다. 2구 째 공이 장타를 의식해 잔뜩 끌어당긴 파울 홈런이었다면 4구 째 2타점 적시타는 장타가 아니었으나 팀이 원하던 제대로 된 타구였다. 간담 서늘했던 우측 파울 홈런 후 이승엽은 자신이 밀어치기도 할 수 있는 베테랑임을 증명한 좌측 2타점 적시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파울홈런으로 당겨치기 위험성을 보여준 뒤 정작 적시타는 밀어치기로 때려낸 이승엽. 그야말로 제대로 된 성동격서(聲東擊西) 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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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