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팔꿈치 수술과 한 번의 어깨 수술. 누군가는 그에 대해 ‘이제 야구 인생이 끝난 것 아닌가’라는 절망적인 이야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그는 앞으로 새로운 팀의 승리 카드로 중용하기 충분한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 ‘돌아온 잠수함’ 신용운(30, 삼성 라이온즈)이 새 팀에서 다시 희망 스토리를 쓰고 있다.
신용운은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4-1로 앞선 6회말 선발 배영수를 구원해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동안 17개의 공을 던지며 4타자를 모두 범퇴시켰다. 전성 시절의 구위와 무브먼트를 되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호투로 신용운은 시즌 첫 홀드를 따내며 12경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했다.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연고팀 KIA에 2차 1라운드 입단한 신용운은 전 소속팀의 만능 투수였다. 2003시즌 70경기에 나서 119이닝을 던지며 11승 11홀드를 올렸고 2007시즌까지 KIA 투수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사이드암으로 맹활약했다. 2005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으나 충분한 재활 기간 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복귀해 팀을 위해 또 던지던 투수다.

지나치면 탈이 난다. 경찰청 복무 시절이던 2009년 또다시 팔꿈치에 칼을 댄 신용운은 제대 후 KIA에 복귀했으나 아픈 상태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급기야 2011년에는 어깨 수술을 받으며 재기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한때 불펜 마당쇠로 맹활약했던 신용운은 2011년 11월 KIA의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채 삼성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국내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환경을 자랑하는 삼성 트레이닝 센터(STC)에서 재활 치료를 한 것은 어떻게 보면 지금의 신용운에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신용운은 소박하지만 뜻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포항 KIA전에서는 이범호를 범타처리한 뒤 팀의 역전 덕택에 KIA 시절이던 2007년 8월 2일 문학 SK전 이후 2110일 만의 승리를 거뒀다.
누군가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얻은 행운의 승리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행운이 4년 가까이 부상 수렁에 빠져있던 신용운에게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쉬이 볼 수 없다. 14일 두산전에서 거둔 홀드도 2007년 7월 31일 문학 SK전 이후 2114일 만에 거두는 값진 기록이었다. 승리와 홀드는 물론이고 신용운에게 쌓이는 새 팀에서의 기록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소중한 하루다.
김남형 삼성 홍보팀 차장은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라 경기 당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는 힘들다. 아직 필승조로 분류하기는 무리가 있으나 선수 본인이 워낙 힘들었던 순간들을 견디고 마운드에 서는 만큼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의욕을 갖고 뛰고 있다”라며 기특해했다. 그리고 지금은 점차 예전의 위력을 재현하기 위해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으로 오르는 마운드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서고 싶은 무대다. 한때 그 자리를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던 신용운은 마운드가 얼마나 소중한 자리인지 절실히 느낀 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신용운의 오늘과 내일은 은밀하지만 분명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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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