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붙박이가 안 되느냐는 듯한 시위였다.
한화 내야수 한상훈(33)은 지난 14일 목동 넥센전에서 그야말로 폭발했다. 이날 2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한 그는 1회 선제 결승타와 7회 주자일소 싹쓸이 3타점 3루타 포함 5타수 5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한 경기 5안타는 데뷔 후 두 번째.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한상훈의 활약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올해 26경기에서 62타수 22안타로 타율이 무려 3할5푼5리에 달한다. 여기에 볼넷 11개와 몸에 맞는 볼 2개로 출루율도 4할6푼7리에 이른다. 규정타석에 들었다면 타격 3위와 출루율 2위에 해당하는 호성적.

그러나 아직 한상훈은 규정타석에 20타석이 모자라다. 개막부터 지금까지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적이 없고, 몸 아픈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충분한 출장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이여상·이학준·조정원 등 후배들에게 자신의 텃발과 같은 2루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붙박이 주전' 한상훈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요즘도 좌완 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한상훈은 어김없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다. '플래툰 시스템' 속에 갇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 속에도 한상훈은 보다 매서운 타격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마무리훈련부터 오픈스탠스에서 스퀘어스탠스로 폼에 변화를 주며 스윙을 짧고 간결하게 만든 효과를 보고 있다.
데뷔 후 최고 타율(0.269)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1년 타격 비디오도 꾸준히 찾아보며 좋을 때 감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는 "이전까지 타이밍이 늦어 공을 뒤에서 때리는 바람에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타이밍을 앞으로 가져와서 그런지 타구의 질도 좋아지는 것 같다. 전력분석팀 김준기·조현수 분석원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훈은 플래툰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학 있다. 올해 좌투수를 고작 4번밖에 상대하지 못했다. 그 적은 기회에도 4타수 2안타로 1타점을 올렸다. 2011년에는 오히려 우투수(0.257)보다 좌투수(0.283) 상대 타율이 더 높았던 한상훈이기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상훈은 "선수는 리더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나는 좌투수에도 자신있지만 아직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겠다. 벤치에 있어도 후배들을 위해 파이팅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플래툰의 설움을 불방망이쇼로 날리고 있는 한상훈이 15일 넥센전 좌완 선발 앤디 밴헤켄을 맞아 선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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