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역시 '야구의 꽃'은 전국에서 피어나고 있다.
지난 14일 넥센 외야수 이성열(29)이 목동 한화전에서 2회 김혁민을 상대로 넥센 창단 후 두 번째 목동구장 장외홈런(140m)을 쏘아올렸다. 이성열은 이 홈런으로 전체 타자들 중 가장 먼저 10홈런 고지에 오르며 단독 선두가 됐다.
그러나 SK 내야수 최정(25)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최정은 두 시간 뒤인 9시 10분쯤 광주 KIA전에서 옛 동료 송은범을 상대로 8회 솔로포를 날렸다. 최정은 다시 이성열과 함께 10홈런으로 홈런 공동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전날까지 이들과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던 넥센 내야수 박병호(27, 9홈런)는 이날 침묵하며 3위로 쳐졌다. 8홈런으로 4위를 달리던 최희섭도 순위는 유지했지만 선두와의 차이는 조금 커졌다. 네 명의 홈런왕 경쟁자들의 레이스에 이제 막 불이 붙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초반 역시 넥센의 집안 싸움과 최정의 3파전이었다. 다만 당시 홈런 1위는 강정호(넥센)가 차지했다. 강정호는 6월까지 홈런 19개를 몰아치며 전반기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웃은 것은 박병호(31개)였다. 최정이 26홈런으로 2위, 강정호가 25홈런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성열은 사실 2009년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24홈런을 기록한 바 있는 '경력자'다. 선구안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타고난 힘이 좋아 걸리면 넘긴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홈런 스윙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박병호, 빠른 회전력으로 홈런을 만들어내는 괴력의 최정과 함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디펜딩 챔피언' 박병호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스피드나 힘으로 승부하는 선수들은 후반기 지치면 홈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기 스윙을 가져가면서 홈런을 치는 병호는 홈런을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병호는 홈런 경쟁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박병호는 14일 "나는 지난해에도 후반기 들어 홈런이 더 많이 나왔다. 지금 다른 사람은 어떻게 치는지, 나는 왜 못치는지 등은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다"고 경쟁의식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지난 4월 중순 4경기 동안 5홈런을 때려내는 등 몰아치기에 탁월한 최희섭 역시 빠트릴 수 없는 경쟁자다. 올 시즌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야구장을 달구는 '홈런왕 경쟁'이, 디펜딩 챔피언과 도전자들의 뒤집고 뒤집히는 싸움 속에 점점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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