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이 9구단 체제로 시행되면서, 각 구단은 약 20경기 내외를 기준으로 휴식기를 갖는다. 때문에 9개 구단 모두 휴식기까지를 한 텀(term)으로 두고 시즌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 역시 개막전부터 첫 번째 휴식기까지의 17경기를 한 텀, 이후 18경기 치른 뒤 두 번째 휴식기까지를 또 다른 한 텀으로 나눠서 계획을 짰다.
첫 번째 텀은 계획 이상의 대성공이었다. LG는 3월 30일 개막전부터 4월 18일까지 6번의 시리즈에서 10승 6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4월 23일부터 5월 12일까지 6번의 시리즈에선 4승 12패로 이 기간 최하위로 내려갔다.
신생팀 NC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는 한편, 현재윤과 이진영 등 주축 베테랑 선수들이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외국인 선발 듀오 리즈와 주키치는 무승,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생겼던 타선의 응집력도 두 번째 텀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첫 번째 텀에서 득점권 타율이 2할8푼이었는데 두 번째 텀에선 2할3푼7리까지 추락했다. 팀 도루 성공률은 58.3%로 도루를 안 하느니만 못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4월에 +5까지 갔었다. 5월에도 +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고 있다. 목표를 수정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 김 감독은 당초 “33경기를 하는 시점에서 올 시즌 우리 팀의 성패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올 시즌의 성패가 세 번째 텀에서 갈릴 것으로 바라봤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보아 5할 승률 -4에서 세 번째 텀 고비를 맞이하는 것은 악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반전요소를 찾을 수 있다. 두 번의 텀을 지나면서 대부분의 수치가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의외로 나아진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팀 성적과 직결되는 팀 평균자책점이다. 첫 번째 텀에서 4.25였던 팀 평균자책점이 두 번째 텀에서는 3.74로 내려갔다. 특히 이 기간 불펜 평균자책점은 2.66으로 9개 구단 정상에 자리했다. 셋업맨 유원상이 지난 4월 25일 건디션 난조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음에도 이동현과 임정우가 유원상의 공백을 최소화한 결과였다.
결국 이는 최소한 지금까지는 LG 마운드의 전체적인 역량이 강화됐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일단 시즌 전 최대 불안요소였던 토종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우규민이 선발진에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3.67)을 올리고 있고 신정락 또한 경험이 쌓이면서 최근 3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 중이다. 두 투수 모두 이전까지 1군에서 정상적인 선발 등판 경험이 전무 했다는 것을 돌아보면 대단한 성과다. 얼마 전 선발진에 합류한 신재웅이 지난 시즌 후반기의 모습을 재현한다면, LG 토종 선발진은 더 이상 약점으로 꼽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마운드의 높이만 유지된다면, LG는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 실제로 총 득점과 총 실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에서 LG는 현재 승률 43.8%보다 높은 51.4%를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LG가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지난해 이 시기의 삼성이다. 지난 시즌 삼성은 마운드가 안정적으로 돌아갔음에도 6월 6일에나 처음으로 5할 승률이상을 올렸다. 현재 32경기를 치른 LG와 지난 시즌 32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삼성을 비교하면 비슷한 부분이 많이 나온다.
현재 LG가 팀 평균자책점 4.00으로 리그 3위에 올라있는데 당시의 삼성 역시 팀 평균자책점 3.92로 3위에 자리했다. 당연히 삼성의 피타고리안 기대승률도 실제 승률인 46.9%보다 높은 55.4%였다.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한 선발진에 비해 3.23을 올린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이 좋았던 것도 흡사하다. 결국 이 시기의 삼성 또한 현재의 LG와 마찬가지로 타선의 응집력 부족으로 기량보다 저조한 팀 성적을 찍었다. 팀 타율은 2할5푼7리였는데 득점권 타율은 리그 6위인 2할6푼6리에 불과했었다.
마운드는 배신하지 않았다. 삼성은 5할 승률 +를 올린지 약 25일 만에 5할 승률 +7을 기록하며 리그 1위로 올라섰고 단 한 차례를 제외하면 시즌 끝까지 순항, 여유 있게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리그 최강팀 삼성과 LG를 비교하기에는 LG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수비력과 타자들의 네임벨류, 신구조화, 선발진의 기본적 역량 등 여러 부분에서 LG는 삼성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그만큼 시즌 목표 또한 뚜렷하게 차이난다. 삼성의 목표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통한 3연패라면,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사실 LG는 지난 10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외에 5할 승률조차 기록해본 적이 없다. 60승을 올린 경우도 2003시즌 단 한 차례뿐이다. 비참한 시간을 보내면서 선수들의 정신력 또한 갈수록 약해졌다.
마운드를 유지하면 다시 올라간다고 확언할 수 있다. 올 시즌 LG 투수진의 목표는 팀 평균자책점 3.60이다. 지난 10년 동안 3.60의 평균자책점을 찍은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경우는 전무하다. 비록 최근 타격 사이클이 바닥을 쳤지만 언제 다시 올라갈지 모르는 게 타격이다. 시즌 초반의 저력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LG는 마운드가 시즌 끝까지 버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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