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날 듯 말 듯 감질만 내던 러브라인이 불쑥 존재감을 드러냈다. 각기 다른 계기로 조금씩 미스김(김혜수 분)에 빠져들었던 두 남자가 고백을 하며 이 강철 같던 여인을 흔들어 놓은 것.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에서 무정한(이희준 분)과 장규직(오지호 분)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미스김(김혜수 분)에게 숨겨뒀던 마음을 고백했다.
두 남자의 고백 퍼레이드에 출발 테이프를 끊은 것은 무정한이었다. 고지식하고 순수한 무정한은 자신의 친구 장규직에게 기획안을 빼앗기면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단가가 높아 안 된다”며 집밥 도시락 기획의 방향을 바꿔버린 부장 황갑득(김응수 분)횡포에도 일말의 가능성을 위해 고군분투 했다. 그리고 미스김의 도움을 받아 회사 근처 밥집에서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식재료 공급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날 무정한은 일찍 퇴근하는 미스김을 따라가 고마운 마음을 전한 뒤 “웃는 게 되게 예쁘시다”며 미스김에게 상처로 남아있는 대한은행 파업 화재사건에서 자신이 전경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을 언급, 사과했다. 난데없는 사과에 미스김이 "동정하는 거냐"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는 "좋아해서 그래요.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미스김 씨 보면 항상 외로워 보이고, 마음이 너무 아프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감싸주고 싶고. 그런 게 동정은 아니잖아요. 손을 잡아드리고 싶어요"라며 얼떨결에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 버렸다.
무정한의 진심어린 고백에도 미스김은 “회사 상사인 팀장님과 계약직 직원 저 사이에 불편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단번에 거절 의사를 비쳤다. 인기녀 미스김이 받은 고백은 이날 하루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앙숙이었던 장규직도 직설적인 고백을 해온 것.
장규직은 눈물을 글썽이며 노래를 부르던 미스김에게 반한 이후 정신을 못 차렸다. 그는 미스김과 단둘이 떠나는 외근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향수를 뿌리고 콧노래를 불러 미스김으로부터 면박을 받았다. 이어 도착한 마트에서 장규직은 자신의 입가에 묻은 멸치 똥을 닦아 주는 미스김의 모습에서 후광을 보는가 하면, "된장 시래기가 좋다"는 그의 말에 "우리가 식성 하나는 잘 맞는다"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장규직은 미스김을 방문해 "내 정규직 하라"며 터프한 고백을 했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미스김의 팔목을 낚아 챈 그는 "내가 당신 좋아한다고"라며 자신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이런 고백은 황갑득의 압력으로 인해 친구 무정한의 기획안을 빼앗아 대신 하게 됐던 PT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를 발휘한 뒤라 더욱 힘이 있었다.
풋풋한 모태솔로인 무정한의 진심어린 고백과 ‘초딩’같지만 박력 있는 장규직의 고백. 색깔이 다른 두 남자의 고백에 시청자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무정한이 좋다”, “장규직이 귀여웠다” 등의 반응을 올리며 간만에 내용의 중심으로 떠오른 러브라인을 반기는 분위기인 것. 미스김은 둘 중 누구 하나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될까. 현재로선 장규직이 유력해 보인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의 인기는 두 사람 모두 뜨겁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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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