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FA 대박을 예고했던 박한이(34, 삼성 외야수)가 뜻하지 않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박한이는 오른 손목 통증으로 12일 포항 KIA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다. "계속 참고 하는 것보다 열흘간 확실히 치료하는 게 낫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표현이 딱이다.
14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박한이는 "조금 안 좋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전 경기 출장 목표 또한 아쉽게 무산됐다. 그는 지난달 KIA와의 광주 원정 3연전 도중 이용규의 파울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펜스에 오른 손목을 부딪히는 부상을 입었다.

"원래 오른 손목이 좋지 않아 주사 치료를 받았었다. 괜찮아 지는가 했더니만 펜스에 세게 부딪힌 뒤 상태가 나빠졌다". 박한이는 손목 통증 치료 뿐만 아니라 하체 및 허리 강화 훈련을 소화하며 체력을 끌어 올릴 예정. 내려 놓았던 방망이를 다시 잡기 전에 몸을 확실히 만들 계획이다. 현재로선 열흘 뒤 1군에 복귀하는 게 목표다.
박한이는 14일 현재 개인 통산 899득점을 기록 중이다. 역대 11번째 900득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아홉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광주 KIA전 이후 득점 생산이 중단된 상태. 박한이는 "900득점이라는 게 쉽게 잘 안 된다"며 "예전에는 경기에 나가면 득점도 쉽게 했었는데 그만큼 내가 많이 못 살아 나간다는 의미"라고 대답했다.
한때 타격 1,2위를 다툴 만큼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던 그는 14일 현재 타율 3할8리까지 떨어졌다. "내가 급했다. 투수들이 공을 던지면 받쳐 놓고 때려야 하는데 손목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공을 쫓아가는데 급급했다. 공도 여유있게 볼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땅볼과 삼진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박한이는 올해 들어 순발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승부처마다 호수비를 선보이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FA 자격 재취득을 앞둔 시점에 자신의 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좋은 현상이기도 하다. 박한이는 겨우내 배트민턴을 통해 순발력이 향상됐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그는 2011년 겨울부터 류중일 감독의 소개로 대구 수성구 유성 스포츠 프라자에서 하루에 4시간씩 배드민턴을 치며 땀을 쏟아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초짜다. 동호회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보통 5~6년 이상 하셨는데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무엇보다 조금도 봐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실력이 쑥쑥 좋아졌다". 그는 순발력과 집중력 향상에 배드민턴 만큼 효과적인 운동은 없다고 예찬론을 펼치기도.
프로야구계에서 소문난 애처가이자 딸바보로 잘 알려진 박한이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어 정말 큰 힘이 된다"며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 표현했다. 뜻하지 않은 부상 속에 화가 날 법 하지만은 아내와 딸의 환한 미소를 보면 그 순간 만큼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게 박한이의 설명. 그는 "결혼은 빨리 하든 늦게 하든 인생의 마지막 행복인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지막으로 박한이는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 까먹었던 타율을 끌어 올리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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