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의 기우, 지석훈 '찬물홈런' 만들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15 10: 40

"(지)석훈아, 저기 가서 찬물에 세수 한 번 하고 와라."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앞둔 14일 사직구장. NC 김경문 감독은 수비 펑고훈련을 받고 더그아웃 쪽으로 향하던 내야수 지석훈(29)을 따로 불러 한 마디를 했다. 이날 훈련에서 지석훈은 몇 번 타구를 뒤로 놓치는 실수를 했고, 이 모습을 본 김 감독은 "저렇게 수비 훈련에서 실수를 하면 그날 경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면서 지석훈에게 찬물로 세수를 한 번 하고 경기에 들어가라는 말을 했다.
지석훈은 지난달 18일 2:3 트레이드를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에서 백업에 만족해야 했던 지석훈은 NC 유니폼을 입은 뒤 주전 내야수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적 첫 날부터 4타점을 올리더니 벌써 홈런 2개와 1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1경기를 뛰면서 11타점을 올렸던 지석훈은 이적 후 단 18경기만에 이를 달성했다.

고교시절 지석훈은 4대 유격수로 불릴만큼 잠재능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현대는 그를 2차 1라운드에서 선택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아마추어 시절 스카우트들로부터 넘버 원으로 꼽혔던 것이 이해가 간다. 지석훈은 작은 체구지만 공을 생각보다 멀리 보내는 능력이 있다. 배팅 테크닉도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NC 이적 후 지석훈은 내야에 안정감을 불어넣은 것과 동시에 쏠쏠한 타격솜씨까지 보여주며 김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다만 14일 경기 전 훈련에서는 작은 잔실수를 보여 김 감독을 염려케 한 것.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김 감독의 걱정은 '기우'가 됐다. 지석훈은 패배 위기에서 팀을 건져냈다.
2루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지석훈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았다. 2회 첫 타석은 땅볼에 그쳤지만 4회 내야안타로 롯데 선발 유먼의 투구 페이스를 흔들어놓았다. 이어 7회에는 선두타자로 등장, 다시 중전안타를 기록하면서 호투하던 유먼을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이후 지석훈은 이상호의 번트와 이태원의 적시타로 선취득점을 올리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NC는 뒷심 부족으로 롯데에 1-2 역전을 허용한다. 그리고 지석훈은 9회 또 선두타자로 나서 롯데 마무리 김성배를 상대로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뽑아낸다. 볼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에서 김성배의 한 가운데 몰린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김성배에게 올 시즌 첫 피홈런과 첫 블론세이브를 안겨주는 순간이었다.
수비에서도 지석훈은 김 감독의 염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2루수로 투입됐다가 4회부터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 지석훈은 안정적인 수비로 NC 내야를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연장 11회말 2사 1루, 전준우의 안타성 3-유간 깊은 타구를 건져내 뒤로 점프하며 2루에 정확한 송구를 보내 주자를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김 감독의 지시로 찬물에 세수를 한 지석훈은 이날 그라운드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였다. 지석훈은 이제 NC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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