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에 대한 친정 관중들의 예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5.15 07: 36

지난 14일 광주구장. 1회초 SK의 한 타자가 등장했다. 평일인데도 야구장을 가득메운 관중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얼마전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김상현이었다. 김상현은 모자를 벗어 친정 관중들에게 답했다. 관중들은 더 많은 박수로 김상현을 환영했다.
적어도 2009년 KIA 팬들에게 김상현은 하늘에서 내려온 해결사이다. LG 2군생활을 청산하고 친정으로 복귀하자마자 주전 3루수로 나섰다. 그리고 삼성과의 대구 원정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려 이적신고를 하더니 36홈런, 127타점을 터트렸다. 잠자던 최희섭도 깨워 33홈런, 100타점을 이끌어냈다.
모든 야구인들은 KIA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김상현을 꼽았다. 김상현이 아니었으면 절대 우승할 수 없었다고 단언했다. 타이거즈는 97년 이후 11년동안 한국시리즈 무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질곡의 시간에서 꺼내 준 이가 바로 김상현이었다. 그래서 연봉도 2억 원으로 수직상승했고 페넌트레이스 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래서 KIA 팬들은 설움 많았던 2군 생활을 딛고 MVP에 오른 김상현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하자 KIA의 화두였던 불펜 보강의 현실성을 인정하면서도 떠나는 김상현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오히려 SK에서 기회를 잡고 펄펄 날았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글도 많았다.
그런 김상현이 광주에서 친정을 상대로 모두 4번의 타석에 들어섰다. 1회 첫 타석은 빗맞은 1루 땅볼,  4회 두 번째 타석은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 6회 세 번째 타석은 가볍게 밀어쳤으나 1루 땅볼이었고 8회 네 번째 타석은 3루 땅볼이었다. 그 네 번의 아웃을 당하는 과정에서 관중들은 조용했다. 상대팀 선수가 모두 아웃을 당했는데도 박수소리는 크지 않았다.  김상현에 대한 소리없는 예우였다.
KIA 선발 김진우는 6회 타석에서 얼굴쪽으로 볼을 던졌다. 김상현이 그라운드에 쓰러질 정도로 위협구로 보였다. 김진우는 경기후 "바깥쪽으로 던진다는게 잘못 제구가 되었다. 그 볼을 던지고 상현형을 한참동안 쳐다보지 못했다"고 진심이 담긴 미안함을 전했다. 냉정한 승부였지만 모두 김상현에 대한 각별한 마음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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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상현이 14일 광주경기 첫 타석에 앞서 박수로 환영하는 친정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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