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죽었다!’
20회를 끝으로 14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아홉번의 시간여행: 나인’(이하 나인) 송재정 작가는 마지막까지 예측이 힘든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 모았다. 그는 급기야 남자 주인공을 죽게 만드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나인’ 마지막회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왔던 드라마의 성격을 담은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지난 19회에서 주인공 박선우가 죽으면서 어떻게 마무리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던 상황. 현재의 박선우는 죽었지만 과거의 박선우는 살아 있었기 때문에 미래의 박선우가 죽을지 살아 남을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그동안 ‘나인’은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를 보여왔다. 죽었던 박정우(전노민 분)가 살아나 사건의 중심에 섰고 주민영(조윤희 분)은 윤시아에서 주민영으로, 다시 박민영이 됐다 주민영으로 돌아왔다. 최진철(정동환 분)은 잘나가는 명세병원 그룹의 회장에서 하루 아침에 가난한 의료기기 판매상이 됐다.
송재정 작가는 복잡한 전개 가운데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미련을 갖는 인간의 모습을 다뤘고 ‘가봤자 별 거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내가 그 여자와 결혼을 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을 마음에 품고 살았던 박정우는 결국 약물 중독, 우울증에 시달렸다. ‘아버지가 살아있었다면’이라는 안타까움을 안고 있었던 박선우는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친형이라는 현실과 마주했다.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 내 인생의 ‘베스트’라는 의미와 맞닿았다.
이 같은 큰 그림 속에서 조밀하게 연결된 에피소드들은 송재정 작가에 대한 믿음을 더욱 키웠다. 어지럽게 흩어진 실마리를 모아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시키기까지 드러났던 그의 필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믿고 보는 작가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송재정 작가는 전작인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던 바 있다. 당시 그는 조선과 현대를 오가는 복잡한 스토리 전개에도 탄탄한 스토리를 유지하며 마니아 시청자들을 만들어냈다. 강한 판타지에도 꼼꼼한 역사 고증을 통해 사실감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현대로 넘어와서는 폭풍 같은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들의 모습으로 몰입을 높였다.
그가 예고했던 타임슬립 소재의 드라마는 ‘인현왕후의 남자’와 ‘나인’, 두 편이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소재와 완성도 높은 대본을 들고 안방극장을 찾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나인’에 이어 오는 27일부터는 이종혁, 수영, 이천희 등이 출연하는 ‘연애조작단: 시라노’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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