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하더라도 가치 있게 지는 것이 중요하다. 접전 끝 승리 계투진까지 쏟아 붓고 패하는 것보다는 추격조로 내세운 유망주가 가능한 긴 이닝을 버티면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투수진 체력 소모를 줄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선수 개인의 중용 가능성까지 높여준다. 외국인 좌완 개릿 올슨의 부상 이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전략으로 버티던 두산 베어스 투수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추격조 유망주 두각 여부다.
두산은 지난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공-수 양면 모두 위력을 비추지 못하고 3-7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인해 두산은 최근 2연패에 시즌 전적 19승 1무 13패(14일 현재)를 기록했다. 4위 KIA와 불과 반 경기 차이고 선두 삼성과는 2경기 차다. 한때 1위를 달리던 팀 평균자책점은 4.20으로 5위까지 떨어졌다.
최근 몇 년 간 두산 야구를 가리키던 수식어 중 하나는 ‘화수분 야구’. 야수들이 주로 나오던 화수분에서 올 시즌 오현택, 유희관, 이정호 등 젊은 투수들도 발견한 두산이지만 최근 2연패 과정에서는 출장 기회를 얻은 신예 투수들 중 확실히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다. 12일 NC전 5-17 대패와 14일 삼성전 패배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NC전서 선발 김상현의 뒤를 이은 좌완 정대현은 데뷔 당시 배짱투를 높게 평가받았던 투수. 그러나 가진 재능과 달리 다소 안일한 마음가짐이라는 내부 평가 속 올 시즌 전지훈련에 포함되지 못하고 잔류조로 훈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우여곡절 끝에 1군 무대를 밟았으나 결국 12일 NC전서 1⅔이닝 10피안타 11실점에 그치며 3경기 평균자책점 16.70로 2군으로 내려갔다.
2년차 우완 윤명준도 아쉬움을 남겼다. 14일 삼성전에서 윤명준은 3-5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랐으나 1이닝 3피안타 2실점에 그쳤다. 워낙 삼성 타자들이 잘 치기도 했으나 결국 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고 말았다. 정대현과 윤명준 모두 팀에서는 추격조로 나서다가 재능을 현실화하면서 정대현은 예비 선발, 윤명준은 우완 롱릴리프로 커주길 기대했던 투수들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아 결국 팀 상황과 맞물려 추격조도 확실히 구축되지 못했다.
퓨처스팀에서도 확실히 올릴 만한 투수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점. 어깨 통증으로 재활군에 내려갔던 김명성은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는 정도. 5선발 후보로 훈련하다 전지훈련 막판 어깨 통증으로 인해 귀국했던 안규영도 이제 겨우 실전을 준비 중인 상태다. 김강률은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조 훈련 중이고 퓨처스리그를 뛰는 투수 중에는 좋은 실적을 보여주는 유망주가 신고선수 유창준 정도. 그나마도 6월 1일에나 정식 등록이 가능하다.
홍상삼, 변진수 등 승리카드 투수들의 난조도 아쉽지만 배후 투수가 될 추격조 후보들의 범위가 넓지 않아 고전 중인 두산이다. 이제는 필승 계투가 된 오현택, 유희관도 추격조로 나서 보여준 호투를 통해 스스로 기회를 얻어 팀의 필수 투수가 되었다. 선수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결국 두산은 계속 어려운 경기를 치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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