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이 열렸다'.
12년만에 새롭게 나온 디아블로 시리즈로 샤넬의 명품백과 비교되면서 장안의 화제였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가 첫 돌을 맞았다.
300명이 넘는 제작인원이 5년간 1000억원이 넘는 개발비가 투입된 대작 답게 '디아블로3'는 출시 24시간 만에 전세계적으로 350만장 이상 판매되며 역대 가장 빨리 판매된 PC 게임 기록을 세웠고, 1주일간 전세계 판매량은 630만 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1200만 장이 넘게 팔리면서 1600만 장이 팔린 EA의 ‘심즈3’에 이어 역대 PC게임 판매량 2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유저들에게는 말 그대로 지옥 문이 열렸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한 때 PC방 점유율이 39%이상을 기록하고 동시접속자 숫자 43만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정판의 경우 온라인 경매에서 150만에 달할 정도로 호가가 기록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비스 시작 이후 1년을 기준으로 디아블로3는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월 14일 기준으로 1.62% 점유율로 게임 인기 순위 10위에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다. 게임의 수준과 판매량에서 최고의 게임이라고 호평받았던 디아블로3 였지만 서비스 수준에 있어서는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최악이었기 때문.
시도 때도 없는 서버 접속 장애로 인해 유저들의 원성은 높아졌고, 심지어는 게임 환불 요청도 빈번했다. 블리자드의 미온적 대처로 인해 공정위가 나설 정도로 나쁜 화제에서도 디아블로3는 지난해 내내 빠지지 않았다. 부동의 1위였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던 PC방 점유율도 고질적인 서버 장애와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 등 신작들이 나오면서 30%, 20%, 10% 이하로 추락을 거듭했다.

1.08패치 이후 살아날 기미를 보였지만 게임화페인 골드가 북미 서버에서 무차별 복사되면서 핵심 아이템이었던 현금 경매장이 패쇄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서버 장애는 단순하게 국내의 문제였지만 골드 복사는 전세계 디아블로3 사용자에게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어 버리고 말았다.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 400명을 적발해 그들이 거둔 부당이익을 자선 기관에 기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성난 유저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1년전 서울 왕십리 역 광장을 가득 메우면서 화려하게 출발했던 디아블로3가 불과 1년만에 몰락의 길을 걷는 이유에 대해 블리자드는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기세가 계속 간다면 디아블로3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의 추락은 계속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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