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규섭, "삼성은 내게 농구 그 자체"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5.15 12: 07

"삼성은 내게 '농구'다. 내가 이날까지 올 수 있는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원클럽맨'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의 세계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 프로농구사에도 몇 안 되는 원클럽맨이자, 삼성의 1호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규섭(36)은 프로 데뷔 이후 자신이 헌신해온 팀을 '농구' 그 자체에 빗댔다.
이규섭은 15일 오전 서울 논현동 KBL 사옥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26년 농구인생을 마감했다. 이 자리에는 이성훈 단장과 김동광 감독을 비롯 조성민, 임동섭 등 후배들이 참석해 이규섭의 은퇴를 함께 했다.

삼성의 주장이었던 그는 2011-2012시즌 리그 최하위에 머문 성적에 책임을 느끼고 연봉을 자진해서 50% 삭감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후배들을 이끌고 삼성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으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고, 시즌을 마무리한 후에 어렵사리 은퇴를 결정했다. 팀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잊지 않았던 '원클럽맨'다운 퇴장이었다.
이규섭은 자신이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규섭은 "개인적으로 오고 싶었던 팀에 드래프트로 입단해서 선수로 뛰며 많은 경험을 했다. (삼성이라는 팀에)굉장한 애착이 있다"며 "최근 힘들었을 때도 늘 생각했지만 팀을 위해 항상 어느 정도 희생할 준비도 되어 있었다. (은퇴하는)지금도 행복하고 구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팀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중간중간 눈물을 보이며 말문을 잇지 못하는 이규섭의 마음은 굳이 짐작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했다. 선수로서 은퇴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하던 이규섭은 목이 꽉 메고 말았다.
그 때, 이 자리에 참석한 신기성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직접 나서 질문을 던졌다. "삼성에 대해 애착이 몹시 큰데 자신에게 있어 삼성은 어떤 존재인가." 심오한 질문에 이규섭은 미소를 보였다. "어려운 것만 물어본다"면서도 이규섭은 고민 없이 답했다. "삼성은 내게 농구다"라고. "내가 이날까지 올 수 있는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지금도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셨지 않나.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농구라고 대답하고 싶다"는, 영원한 삼성맨 이규섭의 답변이었다.
이처럼 변치 않는 이규섭의 애정에 대해 구단 측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으로 답할 계획이다. 이규섭은 은퇴 후 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난다. 이성훈 단장은 "삼성을 떠나간 선수는 많았지만 지도자 연수를 지원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함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측은 현재 이규섭의 공식 은퇴식을 준비할 예정이며, 영구결번 문제에 대해서도 내부적인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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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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