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사랑을 믿지 않는 시대, 유일하게 사랑에 희망을 품은 개츠비의 이야기는 극중 배경인 1920년대에서 약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매우 매혹적인 소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하고 '물랑루즈'의 바즈 루어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사상 네번째로 영화화한 작품. 토비 맥과이어가 극중 화자인 닉 역할을 맡았으며, 도도한 매력의 캐리 멀리건이 '원조 어장관리녀' 데이지 역을 맡았다.
영화는 원작의 내용에 충실한 편이다. 닉이 소설을 통해 말하는 걸 정신과 의사와 상담 중 말하는 것으로 바꾸긴 했지만 그 외, 데이지를 향한 일편단심 사랑을 보여주는 개츠비와 자신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은 이기적인 사람들을 대비시키는 원작의 묵직한 느낌은 그대로다.

'물랑루즈'로 화려한 비주얼 연출에 일가견을 보여준 루어만 감독은 우선 경제적 호황을 누리던 1920년대의 화려함을 블록버스터급으로 재현해낸 볼거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명품 브랜드가 대거 참여해 연출한 당시의 화려한 패션이나, 가문 대대로 재산이 많은 상류층이 사는 이스트 에그와 갑자기 재산을 불린 신흥 부자들이 사는 웨스트 에그의 특징을 담은 저택 등 비주얼은 멜로물에 가까운 '위대한 개츠비'에 풍성함을 불어넣었다.
흥청망청 마시고 노는 파티와 가십 및 루머로 가득한 상류사회의 단면은 현대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동시대적인 호흡을 띤다. 간간히 비욘세의 '크레이지 인 러브'와 같은 곡이 편곡돼 흐르기도 한다.
다만 복잡다단한 사건과 치밀한 플롯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단순한 이야기를 볼거리로 채운 이 영화의 서두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거치면 여운은 남는다. 아홉살 차이나는 디카프리오와 멀리건의 화학작용은 그리 강렬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를 연기하는 디카프리오의 모습은 여전히 설렌다. 이기적인 사람들 속에서 비장한 결말을 맞는 그의 모습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랑보다 실리가 우선인 게 그리 특별하지 않은 현재 관객들의 반응이 사뭇 궁금해진다.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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