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화'를 잘못 사용한 발언이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방송에서 전효성은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한 게 화근.
민주화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등 몇몇 극우 누리꾼들이 '획일적으로 선동해 억압하다' '하향평준화'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본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통용하고 있다.
이를 놓고 누리꾼들의 비난이 폭주하자 시크릿 소속사는 "전효성이 '민주화'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쓴 말"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전효성 역시 같은날 트위터를 통해 "올바르지 못한 표현을 한 점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라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정중하게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전효성은 1989년으로 현재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12년간의 초중고 교육과정을 마친 뒤 최고의 지성인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젊은이가 '민주화'라는 단어를 모른다는 점에 대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효성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출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과 환경 그리고 국어교육의 현실에 대해서 심각하고 심도있게 짚어봐야 할 중차대한 사인이다.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터넷 환경을 지닌 나라라지만 정작 온라인 상에서의 예절과 질서가 흐뜨러지고 온라인을 통해 국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환경의 현실도 꼬집어봐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생활밀착형이 아니라 오로지 대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월이 많이 좋아져 대안학교 농촌학교 등 학생들의 정서를 풍성하게 키워주고 올바른 인격형성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많이 도입됐긴 하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교육방싱은 거의 대입으로 과녁이 고정화돼 있다.
그 와중에 한국사는 대입시험 과목에서 소외돼 있다. 학생들이 수학 공식이나 화학 용어를 외우려 눈에 불을 켜지만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안 갖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은 정작 학교에서 배우고 익혔어야 할 교과목이 뭔지, 선생에게 뭘 배웠어야 했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을 것이다. 그렇게 죽자고 외우고 풀었던 수학 방정식과 화학 공식은 사회생활을 해나가거나 먹고 사는 데는 별 '영양가'가 없다. 정작 우리가 배웠어야 하는 것은 국어고 한국사 등의 역사며 선생에게 매달려 익혔어야 하는 것은 대인관계와 사회 적응력 그리고 일반상식이었다.
특히 국어와 국사는 한국사람으로서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막힘이 없을 만큼 학교에서 시스템을 갖춰놓고 가르쳤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보면 학교 교육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를 절실하게 알 수 있다.
전효성은 민주화라는 비교적 쉬운 단어조차도 모른다. 그렇다고 전효송을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 역시 한국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진실을 알기는 한 걸까?
첫번째로 '너무'의 남용이다. 너무는 부정적 부사로 구어체다. 하지만 우리는 'very'의 의미로 아무 데나 갖다 붙인다. '너무 좋아' '너무 예뻐' '너무 기뻐' '너무 행복해' 등으로. 하지만 이런 표현이 잘못 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방송과 신문에서조차 이런 잘못된 표현이 버젓하게 사용되고 있으니 상황은 심각하다.
그 뿐만 아니다. 영화나 방송의 대사부터 노래 가사까지 잘못된 국어사용은 만연해 있다. '이것과 저것은 다르다'가 바른 표현임에도 다수의 사람들은 '틀리다'로 표현한다. 다르다는 'different'로 틀리다의 'wrong'과는 완전히 다른 표현이다.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가사를 보자. '당신이 너무 좋아 완전 좋아요'라고 써있다. '너무'가 아니라 '정말'이나 '매우'가 맞다. '완전'도 잘못된 표현이다. '완전히'가 맞는데 여기서 '완전히'라는 단어는 부적절하다. 역시 '정말'이나 '매우'가 적당하다. '완전히'는 '그 정확한 의미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음'이나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어 부족함이나 결함이 없음'의 부사형이다. 그러므로 '좋다'는 관형어 앞에 쓸 수 없다.
이렇게 자신의 모국어인 한국말을 잘못 쓰고 있는 사람들이 전효성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백번 천번 전효성은 잘못했다. 공인으로서 일부 우익 커뮤니티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지만 본디 훌륭한 의미를 지녔고 역사 속에서 아프지만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뜻을 가진 단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는 이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된 잘못된 국어사용의 관행 중 하나일 뿐이지 그 국어사용의 잘못을 오롯이 전효성 혼자 짊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먼저 국가와 교육 당국이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잘못된 교육체계를 바꿔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방송과 각종 매체 담당자들이 올바른 국어사용에 크게 신경써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국어사용은 훼손될대로 심하게 훼손된 상황이다. 컴퓨터의 발달이 가져온 국어의 파괴는 이제는 오히려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그러니 전효성이 '민주화'를 요즘의 유행에 따라 잘못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각 기획사들도 스타를 만들어내는 유력한 회사라는 자각을 통해 소속 연예인들에게 노래와 연기만 가르칠 게 아니라 올바른 국어와 국사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한류바람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만약 세계 시장에서 전효성같은 실수가 나온다면 국가적 망신이다.
빅뱅의 탑이 지난 2007년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양쪽에 새겨진 점퍼를 입고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던 점이나 최근 티아라엔포의 신곡 뮤직비디오 속에 욱일승천기가 등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그들이 역사에 무지해서 그런 것이다. 이것을 그들 개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이 나라의 역사와 국어 교육 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하고, 스타들이 연예인이 되려고만 눈이 벌걸 뿐 먼저 인간이 되고자 하는 노력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