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연인' 김승환 씨 "동반자 김조광수 무한 신뢰해"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5.15 15: 29

영화제작사 청년필름 대표이자 감독인 김조광수가 결혼을 발표한 자리에 그의 동성연인이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 이목을 집중시켜다.
15일 동작구 사당동 골든시네마 야외무대에서는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그의 19세 연하 동성연인 김승환 씨가 함께 자리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인사한다. 그간 김조광수 감독님의 19세 연하로만 소개돼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올해 서른 살인 그는 퀴어영화 전문 제작·수입·배급사인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이다. 이 회사는 김조광수 감독이 설립한 청년필름의 계열사로 지난 2011년 설립됐다.
공개적인 자리에 처음으로 선 김 씨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하면서도 “가족, 친구들, 지인들에게 성정체성을 비롯해 김조광수 감독님과의 관계에 대해 지지를 받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그는 “부모님은 김조광수 감독님과의 결혼에 대해 반대한 적이 없다”며 “다만 결혼식을 올릴 공개장소를 고민하던 중에 성소수자로서 호모포비아들에게 공격받고 상처 받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정말 감사하게 나의 뜻을 존중해주셨고 결혼식을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김조광수 감독을 매번 “나의 동반자”라고 언급하며 “9년 동안 함께 해준 김조광수 감독을 무한 신뢰한다”고 말하는 등 강한 믿음을 보였다. 또한 “김조광수 감독님을 만남으로서 주변에서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김 씨는 기자회견 말미 “난 사실 숨어사는 게이였다. 3년 전 커밍아웃을 했고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지금도 부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가장 궁금하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함께 자리한 김조광수 감독은 김 씨에 대해 “인권운동 차원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니다. 9년째 만나고 있는 데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라며 “프러포즈는 내가 했다. 3년 전 2010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수상했는데, 이를 기념하는 소감을 밝히며 공개 프러포즈했고, 3년만에 결혼에 골인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조광수 감독과 김 씨는 나란히 연미복을 입고 등장했으며, 오는 9월 7일에 있을 결혼식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할 때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1999년 영화 ‘해피엔드’ 제작자로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이후 '와니와 준하', '질투는 나의 힘', '후회하지 않아' 등을 제작했고, 2005년부터 연출자로 변신해 '소년, 소녀를 만나다', '친구사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 주로 동성애를 소재로 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커밍아웃은 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후회하지 않아’ 시사회에서 했으며, 이후 동성연인과의 결혼의사를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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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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