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김조광수 "이성자애자와 같은 권리, 법적투쟁 할 것" [종합]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5.15 16: 06

영화제작사 청년필름 대표이자 감독인 김조광수가 오는 9월 7일 동성연인과 결혼을 공식 발표하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법적 투쟁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김조광수 감독은 15일 동작구 사당동 골든시네마 야외무대에서 결혼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 이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결혼하는 권리를 비롯해 모든 것이 차별 없이 성소수자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그걸 아름다운 모습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며 공개 결혼 이유를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후회하지 않아’ 시사회에서 커밍아웃하며 연예계 대표적인 성소수자로 불려왔다. 그는 커밍아웃 외에도 동성연인과의 결혼의사를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내왔다.

김조광수 감독은 “결혼식을 굳이 공개적으로 하려는 이유는 이성애자만 결혼할 수 있는 게 아닌, 동성애자에게도 이성애자에게 주어진 권리가 당연히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다만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동의하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러다 2005년부터 나와 함께 미래를 꿈꾸려는 사람이 있었고, 같이 하겠다는 뜻을 보여 꿈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결혼식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 의원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 한국사회를 이끌어나갈 많은 사람들을 초청해 결혼식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게 할 뜻을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적 뜻은 다르지만 성소수자 인권을 앞당길 수 있다면 언제든 손을 잡을 것”이라며 국내 유력 인사들 외에 독일 메르켈 총리도 결혼식에 초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토대로 김조광수 감독은 성소수자 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축의금을 모아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센터를 만들겠다”며 “인권선진국에서는 이 센터가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기관 지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군데도 없다. 논의도 안 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만 기다릴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결혼식 이후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법적 투쟁 또한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김조광수 감독은 “결혼식 이후 혼인신고 절차를 거칠 거다. 당연히 반려될텐데 헌법소원을 제기해 판단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거다. 국회위원을 접촉하고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운동을 펼치게 된 데는 김조광수 감독이 성소수자로 청소년 시절을 외롭게 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괴로운 사춘기를 보냈다”며 “게이를 긍정하지 못하는 오랜 시간을 보냈다. 내 뒤에 오는 성소수자들에게는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힘들게 내모는 사회를 만들지 말자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게이라서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한 게 19년 전의 일이다. 그 일을 19년 만에 당당하고 행복하게 결혼하는 모습으로 보여주게 돼서 기쁘다”며 웃었다.
이 자리에는 그와 결혼식을 올리는 동성연인인 19세 연하의 김승환 씨가 자리해 이목을 끌었다. 올해 서른 살인 그는 퀴어영화 전문 제작·수입·배급사인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이다. 이 회사는 김조광수 감독이 설립한 청년필름의 계열사로 지난 2011년 설립됐다.
김 씨는 공개석상에 선 것에 대해 부담감을 토로하면서 “가족, 친구들, 지인들에게 성정체성을 비롯해 김조광수 감독님과의 관계에 대해 지지를 받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부모님은 김조광수 감독님과의 결혼에 대해 반대한 적이 없다. 다만 결혼식을 올릴 공개장소를 고민하던 중에 성소수자로서 호모포비아들에게 공격받고 상처 받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정말 감사하게 나의 뜻을 존중해주셨고 결혼식을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김조광수 감독을 매번 “나의 동반자”라고 언급하며 “9년 동안 함께 해준 김조광수 감독을 무한 신뢰한다”고 말하는 등 깊은 믿음을 보였다. 또한 “김조광수 감독님을 만남으로서 주변에서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김조광수 감독은 김 씨에 대해 “인권운동 차원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니다. 9년째 만나고 있는 데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라며 “프러포즈는 내가 했다. 3년 전 2010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수상했는데, 이를 기념하는 소감을 밝히며 공개 프러포즈했고, 3년만에 결혼에 골인했다”며 웃었다.
이 자리에서 김조광수 감독과 김 씨는 나란히 연미복을 입고 등장했으며, 기자회견 말미에는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결혼식은 공연, 영화상영, 전시회, 토크쇼, 세미나, 뮤지컬, 각종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장소는 이달 안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1999년 영화 ‘해피엔드’ 제작자로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이후 '와니와 준하', '질투는 나의 힘', '후회하지 않아' 등을 제작했고, 2005년부터 연출자로 변신해 '소년, 소녀를 만나다', '친구사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 주로 동성애를 소재로 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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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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