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 덕분에 야구를 하게 됐다. 내 인생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롯데 자이언츠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롯데 우완 송승준(33)의 초등학교 은사인 김병호 아마추어 감독을 초청해 시구를 부탁한 것. 김병호 감독은 송승준의 하단초등학교 은사로 그를 야구에 입문시켰다. 롯데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초청하고픈 분이 있는지 미리 조사를 했고, 송승준이 가장 먼저 나섰다.
경기 전 만난 송승준은 과거를 추억하며 은사에 대한 진심을 가감없이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때 나는 말도 못 하게 말썽을 부렸다. 빗자루나 이런걸로 장난치다 유리창을 자주 깨는 사고뭉치였다. 얼마나 심했으면 4학년 당시 담임선생님이 '얘 교실에 좀 못들어오게 해 달라'며 나를 야구부에 데려갔겠나. 거기서 테스트를 받고 야구에 대한 소질이 있다는 인정을 받아 야구부에 입단했다. (김병호) 감독님을 처음 만난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송승준은 "은사님께 야구에 대한 기본을 모두 배웠다. 내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도 은사님 덕분"이라며 "그런데 엄청나게 엄하게 지도하셨다. 초등학생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중고교 학생을 가르치듯 혼을 냈다. 한 번은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우리를 놔두고 알아서 돌아오게 시켰다. 너무 무서워서 바지에 오줌을 쌌던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하단초-경남중-경남고를 나온 송승준은 "그 많은 동기들 가운데 지금까지 야구를 하는 건 나 혼자 뿐"이라면서 "그래도 은사님께는 꾸준히 연락을 했다. 미국에 있을 때는 겨울에 한국에 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초등학교 동기들과 은사님을 찾아뵙곤 했다. 그런데 롯데에 입단한 이후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아 전화로 연락만 가끔 드렸다.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제자는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스승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이 앞서지만, 스승은 그저 제자가 찾아주기만 해도 반가울 따름이다. 그게 스승의 사랑이다. 송승준은 "자주 연락 못드려 너무 죄송스러웠는데 모시기 위해 전화를 드리니 목소리가 떨리시더라. 나도 울컥했다"고 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스승 김병호 감독은 '21번 송승준'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채 마운드에 올랐고 제자 송승준은 타석에 섰다. 초로의 호랑이 감독님은 힘껏 공을 던졌고, 제자는 스승의 공을 피해 방망이를 돌렸다. 마운드 위에서 재회한 사제는 손을 부여잡았고 송승준은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두 사제는 손을 놓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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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