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포커스] 강명구 “도루는 내가 살아남은 이유다”
OSEN 이우찬 기자
발행 2013.05.16 10: 30

[OSEN=이우찬 인턴기자] ‘도루 스페셜리스트’ 강명구(33, 삼성라이온즈)가 통산 100번째 도루를 성공시켰다. 그 가운데 대주자로 나서 성공한 도루만 96개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강명구는 지난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과의 방문경기에서 8회 우동균의 대주자로 나와 김상수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올 시즌 3호 도루이자 자신의  통산 100번째 도루. 전문 대주자로 뜻깊은 기록이다.
경기 직후 강명구는 통산 100도루를 축하한다는 말에 “내가 이렇게 도루만으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며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감독님께 고맙고 내 자신한테도 감사하다”고 했다. 강명구는 “한 베이스 더 가고 상대팀을 흔들어 놓는 게 내 임무다”고 했다.

강명구는 “대주자로 경기에 나설 때엔 빈틈이 보이면 무조건 뛴다는 생각밖에 안 한다”고 강조했다. 도루를 위해서는 “투수의 버릇, 달리는 방법 등을 공부한다”고 덧붙였다. 팀이 득점 기회를 잡았을 때 등장해 상대 내야를 뒤흔들고 도루로 찬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상대 분석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육상 선수 출신인 강명구는 2005년과 2006년 대주자로 경기에 나섰지만 개인 최다인 21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빠른 발과 투지로 자신의 임무를 100% 소화했다. 올 시즌에도 5경기에 출장해 3도루를 기록 중이다. 도루 실패는 없다.
강명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과 ‘2012년 한국시리즈 1차전’을 꼽았다. 2004년 한국시리즈 삼성과 현대의 9차전. 8회말 무사 1, 2루에서 강명구는 1루에 있었다. 타석에 있던 조동찬이 우전안타를 쳤고 강명구는 2루를 지나 어느새 3루로 향했다. 그러나 2루 주자는 3루에서 멈췄다. 강명구는 3루로 가지 못하고 태그 아웃됐다.
강명구는 “2루에 있던 주자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빠른 발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그 때 이후로 강명구는 항상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을 기억한다. “게임에 나설 때 긴장하고 집중하기 위해 그 때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는다”고도 했다.
지난해도 잊을 수 없다. 지난 시즌 대구에서 있었던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7회말 안타로 출루한 이지영을 대신해 대주자 강명구가 나섰다. 김상수의 번트로 2루까지 나갔고 배영섭의 내야안타 때 3루를 지나 곧장 홈으로 돌격했다. 최정의 홈송구가 높아 강명구는 살았다. 한국시리즈의 분수령이었다.
강명구는 사실 김재걸 코치의 사인을 뒤늦게 봐 생긴 미스였지만 그의 전력질주가 승부를 갈랐다. 당시 류중일 감독도 “강명구의 득점이 오늘의 승부처였다”고 칭찬했다. 강명구에게 도루란 무엇일까. 살아남은 이유다. 훔쳐야 강명구가 산다. 그는 “도루란 지금까지 내가 살아남은 이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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