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올 시즌 두 번째 3연패. 여기에 3연패 과정에서 계투진의 체력 부하도 적지 않았던 만큼 가능한 한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2)에게 16일 디펜딩 챔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한 선발 등판은 막대한 책임감 그 자체다.
니퍼트는 올 시즌 6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1.86(15일 현재)을 기록하며 여전히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5월 초순 등 근육통으로 인해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기도 했으나 경기 당 6.4이닝을 소화하는 믿음직한 선발 투수. 두산 선발진에서 가장 믿고 내세우는 간판 에이스다.
그런데 이번 등판은 팀의 전반기 승부처인 만큼 니퍼트의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두산은 지난 12일 신생팀 NC에 5-17 대패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에 14일 3-7, 15일 3-8로 연패했다. 시즌 두 번째 3연패인데 과정이 안 좋았다. 선두타자의 출루 능력이 떨어지며 분위기를 상대에게 넘겨준 것은 물론이고 선발 투수들이 일찍 내려오는 바람에 계투들이 평소보다 빨리 올라왔다. 그만큼 계투진의 체력 부하가 컸다.

그나마 계투진에서 현재 믿을 만한 선수들은 베테랑 정재훈과 오현택-유희관 예비역 듀오. 그러나 정재훈은 어깨 부상 전력을 지니고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며 오현택과 유희관에게는 올해가 본격적인 1군 첫 시즌과 다름없어 무턱대고 연투를 시킬 수 없다. 홍상삼이 14일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사사구 세 개를 허용, 아직 포크볼이 완벽하게 보완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2년차 사이드암 변진수는 기복이 큰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샀다. 14, 15일 추격조로 연투한 좌완 사이드암 김창훈, 우완 윤명준도 아직은 못 미더운 감이 크다. 퓨처스팀에서 올릴 만한 롱릴리프 요원이 딱히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니퍼트의 안정된 경기 운영 능력과 이닝 소화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니퍼트는 대표적인 삼성 킬러 중 한 명. 2011시즌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41로 호투한 니퍼트는 지난 시즌 6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2.03으로 우승팀 타선을 휘어잡았다. 지난 3월 30일 대구 원정 개막전에서 6이닝 7피안타 4실점 3자책으로 다소 고전하기는 했으나 선발로서 가장 기본적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요건을 갖추며 개막 선발승을 따냈다. 삼성전 통산 성적이 6승 1패 평균자책점 2.27로 탁월하다.
그러나 기록이 좋다는 점은 그만큼 상대 타자들도 공략법을 연구해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3년차 시즌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며 파워피처-기교파의 모습을 오가는 니퍼트가 어떤 패턴을 선택해 순풍 탄 삼성 타선을 상대할 것인지도 지켜볼 만 하다. 상대 선발도 지난해 다승왕(17승)인 좌완 에이스 장원삼인지라 투수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두산 입장에서는 니퍼트가 믿음직한 이닝 이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직전 등판이던 10일 NC전에서 니퍼트는 7이닝을 꼭 채우지 못하는 데 대해 격분한 바 있다. 이 모습이 TV 중계로 여과없이 방영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정말 괜찮은가”라고 묻자 “나는 화나면 그 때뿐인 쿨가이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데 대해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라며 웃은 니퍼트. 책임감 투철한 니퍼트는 마운드에서도 스마일 모드를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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