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18.44m]전준우, 홈런 훔쳐간 맞바람에 뱉은 한 마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16 10: 30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5차전이 벌어진 15일 사직구장. 이날 강수확률은 20%, 그리고 초속 3m의 서풍이 예고되어 있었다. 보통 경기에서는 강수확률이 중요하지만 이날 승부를 가른 건 강풍이었다.
롯데는 이날 NC에 4-6으로 패하면서 5할 승률이 무너졌다. 특히 아쉬운 장면은 홈런 두 개가 날아간 것. 3-6으로 뒤진 6회 1사 2,3루에서 대타 박종윤은 공을 제대로 잡아당겨 사직구장 우측 펜스를 넘겼다. 하지만 강하게 불던 서풍으로 마지막 순간 공이 휘어져 나갔고, 비디오 판독 끝에 파울로 판정 받았다. 중계카메라가 박종윤의 타구를 정확하게 잡지 못하면서 사실상 1루심의 재량으로 아웃이 선언됐다.
그리고 4-6으로 뒤지던 9회말 1사 1루에서 나온 전준우의 타구가 결정적이었다. 전준우는 이민호의 초구를 잡아당겨 좌측 펜스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전준우는 더그아웃의 동료들에게 검지를 펴 보이며 세리머니를 했다. 맞는 순간은 누가 보더라도 동점 투런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외야에서 내야로 불어오던 강한 맞바람은 전준우의 타구를 좌익수 뜬공으로 둔갑시켰다.

허탈해하는 전준우의 모습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민호의 모습은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더그아웃에 돌아가서도 전준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그를 동료들은 웃음과 함께 위로해줬다. 결국 롯데는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NC에 첫 패배를 당했다. 전준우는 "맞는 순간 정말 홈런인 줄 알았다. 먹혀서 힘을 잃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사실 전준우가 이 타구에 더욱 아쉬워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경기 전 만난 전준우에게 전날 홈런장면에 대해 묻자 "집에가서 와이프한테 한 소리 들었다"고 말했다. 요즘 전준우는 생후 8개월인 딸 하윤이의 애교를 보는 재미에 산다. 요즘 하윤이가 자주 하는 행동은 양손을 쥐며 '잼잼'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안아 달라며 양 팔을 하늘로 뻗는 모습은 전준우를 '딸바보'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준우는 "집에서 홈런 세리머니로 하윤이가 하는 '잼잼'이랑 '만세'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홈런을 치고나서는 왠지 쑥스러워 그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또 홈런이 나오면 그때는 준비했던 세리머니를 하겠다"고까지 말했다.
그랬으니 전준우의 아쉬움은 더욱 진할 수밖에 없다. 홈런은 치려고 해도 나오지 않는 것,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과 동시에 딸에 대한 아빠의 사랑을 표현할 기회까지 놓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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