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투수 대나 이브랜드(30)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이브랜드는 지난 15일 목동 넥센전에서 6이닝 10피안타 4볼넷 4탈삼진 8실점으로 한국 데뷔 후 최다 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3패째를 당했다. 8차례 선발 포함 9경기에서 아직 승리가 없고, 평균자책점은 6.69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32명 중 가장 높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이브랜드는 시즌 뒤 한화의 구애를 받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상당한 몸값을 받고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기대치도 높았다. 그러나 시즌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마무리 앤서니 르루를 제외하면 개릿 올슨(두산) 에릭 해커(NC)와 함께 아직 승리를 신고하지 못한 외국인 투수로 남아있다.

이브랜드의 부진은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평균자책점 뿐만 아니라 이닝당 출루허용률(1.83), 피안타율(0.329)도 규정이닝 투수 32명 중 가장 높다. 자주 주자를 내보내며 쉽게 안타를 맞고 있다. 불운만을 탓하기에는 이브랜드의 투구내용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한국야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부분이 곳곳에 나타난다. 이브랜드의 이닝당 투구수는 18.4개로 메이저리그 통산 16.9개보다 1.5개 가량 더 많다. 투구수가 많은 건 제구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이브랜드의 9이닝당 볼넷은 4.5개인데 이는 마이너리그 10시즌 통산 기록한 3.0개보다 확연하게 늘어난 수치다.
한국 타자들의 스타일과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한 듯 투구수가 많다. 여기에 주자 견제에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15개의 도루를 허용하는 동안 저지는 4개 뿐. 상대 주자들이 마음 놓고 도루를 시도한다. 그러다 보니 주자가 있을 때 어려운 피칭이 된다. 주자없을 때 피안타율도 2할9푼7리로 높지만 주자있을 때에는 3할5푼2리로 치솟는다. 주자 1루시 피안타율은 4할1푼4리로 매우 높다.
이브랜드는 직구 구속이 140km대 초반을 형성하는 투수로 구위보다 제구와 변화구로 먹고 사는 투수다. 그러나 직구의 힘이 타자를 압도할 수준이 아닌 데다 컨트롤마저 뜻대로 되지 않으니 상대의 노림수에 무너지고 있다. 올해 이브랜드는 연속 안타를 무려 10차례나 맞았고, 그 중 4차례가 3연속이며 2차례가 4연속 안타였다. 한 번 공략되면 집중적으로 맞았다.
물론 이상할 정도로 빗 맞은 안타가 많고, 수비의 도움도 미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식 기록된 실책은 2개이고, 폭투와 포일은 1개씩밖에 뿐이다. 결국 이브랜드가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까다로운 공을 던지지 못하는 탓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마땅한 대체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김응룡 감독도 "언제 새 선수를 구하겠나. 믿고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과연 이브랜드가 김 감독과 구단의 믿음과 인내에 보답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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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