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큰 손’ 서울 삼성이 최대어 문태종(38)에게 푸른색 유니폼을 입힐까.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자유계약선수(FA) 1차 재계약 협상이 지난 15일 마감됐다. 최대어로 손꼽혔던 조성민(보수 4억 7000만 원, KT), 김민수(보수 4억 3000만 원, SK) 등 거의 모든 선수들이 원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었다.
매년 싱거울 정도로 놀랄만 한 선수 이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쓸 만한 선수들은 대부분 보수 30위 안에 들어 보상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선수가 탐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영입에 아무런 보상조건이 없는 문태종은 올해 최대어다. 프로농구 최고슈터로 당장 써먹을 수 있는데다 1~2년 단기계약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15일 FA 이시준(보수 2억 5000만 원)과 김승현(보수 1억 5000만 원)을 모두 잡았다. 노장 이규섭은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지난 시즌 김승현과 이규섭이 받았던 보수 중에서 무려 4억 원이 빠져나갔다. 이 금액이면 문태종을 노려볼만 하다. 더구나 삼성은 이규섭의 은퇴로 슈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김동광 삼성 감독은 “문태종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 팀에 스타가 없다. 문태종이 오면 도움이 된다. 슈터가 필요하다. 문태종이 아직 3년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인관리가 철저하고 경험이 풍부한 문태종은 어린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이 이미 리빌딩을 천명했다는 점이다. 노장 문태종의 가치는 앞으로 길어야 2년이다. 당장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라면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 하지만 삼성은 다음 시즌 대권에 도전하기 어려운 전력이다. 문태종을 영입해도 우승이 어렵다면 미래를 위해 차재영, 임동섭 등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편이 낫다.
김동광 감독은 “감독은 구단에 뽑아달라고 요청을 할 뿐이다. (팀 재건이)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나. 꿈에서는 매일 김종규를 뽑는다”면서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이성훈 단장은 “지금 선수가 없어 전력이 부족한건 사실이다. 조건이라든가 입찰제 등이 부담스러워 무조건 달려들 수는 없다. 시장상황을 봐야 한다. 문태종은 나이가 많다. 다른 팀들의 재계약 여부를 봐서 결정할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이 단장이 언급한 입찰제란 문태종에게 최고액을 제시한 구단의 금액을 기준으로 90% 이상의 보수를 제시한 구단 중에서 문태종이 구단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일정금액 이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문태종을 잡을 수 없다. 구단 간에 눈치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문태종은 친정팀 전자랜드 복귀를 1순위로 놓고 있다. 인천에 지난 3년간 생활해 온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랜드는 FA 이현민과 주태수에게 각각 보수 3억 원을 안겼다. 샐러리캡(총 22억 원)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이 맘먹고 큰 베팅을 하면 문태종을 잡을 확률은 매우 높아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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