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도 불구하고 전북이 침착하게 대처에 나섰다.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도 상대에게 정확한 의지를 전달, 국제적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을 확실히 해결했다.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끝난 후 가시와 레이솔(일본)의 서포터스들은 소란을 일으켰다. 경기를 마친 후 승리에 도취되어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 기세였다. 운동장으로 난입하려는 순간 경호업체 직원들과 실랑이가 생겼다.
경호업체 직원들의 저지 이유는 간단했다. 경기를 마친 뒤라도 그라운드로 난입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외국인인 가시와 서포터스들의 움직임을 막기에는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시와 구단과 서포터스는 전북에 공식 항의했다. 저지하는 과정에서 생긴 충돌 때문에 일방적인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가시와 서포터스들과 관계자들은 전북 구단 사무실까지 찾아와 생떼를 펼쳤다. 몸싸움 도중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말이었다.
더구나 국제축구연맹(FIFA)을 통해 이 문제를 처리하라는 요구까지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서포터스들 뿐만 아니라 관계자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은 일단 차분하게 대처했다. 어쨌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불쾌한 감정을 느낀데 사과했다. 홈구단으로서 예의를 지킨 것이었다. 그런 후 "경찰에 직접 문제를 넘기겠다"고 담담하게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가시와 서포터스들이 슬그머니 빠져 나갔다. 생떼를 놓던 가시와 서포터스들이 정작 중요한 순간 발을 뺀 것이다.
그러자 말꼬리를 잡으며 무리한 요구를 하던 가시와 직원도 허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서포터스들의 무리한 행동을 인정한 것이었다. 한바탕의 소란은 그렇게 끝이 났다. '욱일기' 등으로 좋지 않은 관계에 있는 일본 J리그 서포터스들과 K리그 구단들이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전북 직원들의 차분한 대처가 일의 확산을 잘 마무리지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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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