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작가의 통속극 마법이 힘을 잃은 것일까.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가 신통치 않은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치정멜로. 이 드라마는 그동안 통속적인 소재로도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면서도 집요하게 파고들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김인영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김 작가는 그동안 ‘태양의 여자’, ‘적도의 남자’ 같은 통속극에서 인간의 처절한 욕망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며 중반부 이후로 무섭게 시청률이 치고 올라가는 양상을 띠었다.

이번 ‘남자가 사랑할 때’는 초반부터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만 줄곧 1위를 하며 본격적인 치정멜로가 시작되면 더욱 큰 파급력과 흡인력을 뽐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거친 남자 한태상(송승헌 분)이 사랑하는 여자 서미도(신세경 분)와 가족 같은 존재 이재희(연우진 분)의 사랑을 알게 된 후 배신감에 치를 떠는 이야기가 펼쳐져도 시청률은 신통치 않다.
지난 15일 방송된 13회는 전국 기준 9.1%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KBS 2TV ‘천명’(9.9%)에 밀려 3회 연속 시청률 2위에 머물렀다. 태상을 사랑해서 위험에 빠뜨려 얻고자 하는 치명적인 여자 백성주(채정안 분), 성주를 사랑해서 태상에게 악감정을 품고 사사건건 방해하는 남자 구용갑(이창훈 분)으로 인해 태상과 미도, 재희 세 남녀는 지독히도 힘든 사랑과 갈등을 겪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불쌍하고, 처절하며 사랑은 꼬일 데로 꼬였다. 인간의 밑바닥까지 훑어버리는 감정 표현력은 여전하다. 송승헌, 신세경, 연우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까지 드라마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김 작가의 전작과 크게 비켜나가지 않지만 단 한 가지 시청률은 아쉽다.
이는 찐득찐득하고 어떻게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는 ‘남자가 사랑할 때’ 인물들이 큰 흡인력을 자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이유가 있지만, 제 아무리 이해가 가능하다고 해도 보고만 있어도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답답한 인물들이라는 점은 시청자들을 꾸준히 홀리기에 무리가 있다.
또한 태상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벌어질 치정멜로의 폭발적인 후폭풍을 위해 태상과 미도, 재희의 삼각관계를 지나치게 질질 끄는 일명 예열의 시간이 길었던 것도 안방극장을 지치게 한 요소이다.
태상과 태상 주변 인물들로 인해 얽히는 운명의 소용돌이의 폭발력을 강화하기 위해 캐릭터에 차곡차곡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덧입히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는 현명했지만, 하루라도 웃으면서 넘어가지 않는 인물들의 답답한 행동은 시청자들을 잃어버리는 이유가 됐다.
물론 아직 ‘남자가 사랑할 때’의 가장 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13회 말미부터 조금씩 그려진 미도와 재희의 태상에 대한 배신으로 인해 불거질 폭풍의 소용돌이가 14회부터 쏟아진다면 시청률 상승을 마지막으로 기대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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