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을 걸어 잠글 주인공들이 모두 결정됐다. 김창수(가시와)와 박주호(FC 바젤)가 유독 눈에 띈다.
최강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16일 오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 7, 8차전에 출전할 A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6차전인 레바논전(6월 5일, 원정)을 기점으로 우즈베키스탄(11일) 이란전(17일, 이상 홈)까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피할 수 없는 3연전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의 화려한 귀환이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 만에 A대표팀에 복귀했다. 이름 값 때문이 아니다.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김남일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 인천의 중원을 이끌며 돌풍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진공청소기'라는 별명답게 나이를 무색케 하는 왕성한 활동량에 노련미를 장착했다. 칼날 패스는 덤이다.

중원의 새 주인공들에 가려진 것이 있다. 본선 진출의 여부를 결정할 수비라인의 얼굴이다. 최강희호는 그간 최종예선과 평가전을 치르는 동안 수비라인의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카타르전(최종예선 5차전)서도 상대의 역습에 골을 내주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변화의 물결이 필요했다. 최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호흡 문제라는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경기력 향상과 선의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더 차고 넘친다.
반가운 얼굴이 한 둘이 아니다. 먼저 '우측 풀백' 김창수를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천신만고 끝에 잡은 기회다. 김창수는 지난해 여름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측면 수비로 골머리를 앓던 A대표팀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영국 단일팀과 8강전서 입었던 부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걸었다. 최 감독은 카타르전을 앞두고 김창수에게 손짓을 보냈다. 하지만 또 한 번 뜻하지 않은 부상 암초를 만나 낙마했다. 이를 악물었다. J리그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중차대한 3연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최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또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물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2의 이영표'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박주호도 재차 최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박주호는 최종예선 1, 2, 3차전서 풀타임 활약을 펼치며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후 윤석영 박원재 등에게 자리를 내주며 입지가 줄어들었다. A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거나 혹은 이름을 올려도 경쟁에서 밀려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최근 유럽 무대에서의 연이은 활약이 다시 한 번 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주호는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서 세계적 선수들과 기량을 겨뤘다. 유로파리그에서 9경기에 나서 준결승 진출에 일조했고, 스위스 리그에서도 20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했다. '경쟁자' 윤석영의 제자리 걸음도 한 몫 했다. 윤석영은 지난 겨울 퀸스 파크 레인저스로 이적 후 지금까지 공식 데뷔전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 A대표팀의 좌우 풀백 자원 중 가장 잘 나가는 이는 단연 박주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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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