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박종윤-전준우의 운수좋은 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17 06: 16

15일 사직구장에서는 바람 때문에 피해를 본 선수가 둘 나왔다. 모두 롯데 선수였고 간발의 차로 홈런을 날렸다.
첫 번째 피해자는 박종윤이었다. 박종윤은 3-6으로 뒤진 6회말 1사 2,3루에서 대타로 등장했다. 초구를 보낸 박종윤은 마음먹은 듯 2구를 퍼올려 우측 펜스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었다. 이미 맞는 순간 펜스는 넘어갔고 우측 파울폴대 안쪽이냐 바깥쪽이냐가 관건. 박종윤의 타구는 외야 상단 페어지역인 하늘색 관중석 구역에 떨어졌지만 이영재 1루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김시진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16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박종윤은 "아무리 봐도 홈런 아니었냐"고 억울함을 표시하더니 이내 곧 "내 기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바람에 내 기가 눌렸다"고 푸념했다. 당시 사직구장은 좌익수에서 우익수 방향으로 강풍이 불고 있었고, 박종윤의 타구도 마지막 순간 바람에 밀려 파울로 선언됐다.

전준우는 더욱 극적이었다. 4-6으로 뒤진 9회 1사 1루에서 초구를 받아쳐 좌측 펜스로 날아가는 홈런성 타구를 날렸지만 맞바람에 막혀 좌익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전준우는 더그아웃의 동료들에게 세리머니를 했지만 내민 검지손가락만 머쓱해졌다. 김시진 감독도 "최소한 관중석 중단에 꽂힐 타구"였다고 아쉬워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두 선수는 16일 NC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박종윤은 1루수 7번 타자로, 전준우는 중견수 6번 타자로 나섰다. 그리고 이들 둘은 서로 위로라도 하듯 나란히 팀 승리에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일단 박종윤은 역전 2타점 적시타로 오랜만에 결승타점을 기록하는 듯했다. 5회 1사 1루에서 내야안타로 출루, 동점득점을 기록했던 박종윤은 3-3으로 맞선 7회 무사 1,2루에 타석에 섰다. 박종윤은 희생번트 대신 강공을 택했고, 에릭을 상대로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전날 바람에 홈런을 날린 아쉬움을 씻어내는 한 방이었다.
전준우도 웃었다. 앞선 두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지만 7회 무사 1루에서 우전안타로 기회를 이어갔다. 박종윤의 2타점 적시타때는 빠른 타구판단으로 2루 주자보다 먼저 스타트를 끊었고, 3루에 갈 때쯤에는 선행주자를 거의 따라잡는 주력까지 보여줬다. 전준우는 빠른 발 덕분에 황성용과 나란히 줄지어 홈에 들어오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둘은 승리의 단맛을 보는 듯했다. 박종윤은 지난달 7일 사직 KIA전 이후 처음으로 멀티히트를 쳤고, 전준우도 팀 승리가 눈앞에 다가오자 마음껏 웃었다. 하지만 롯데는 뒷심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5-4, 한 점차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8회 롯데는 1사 2,3루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9회 2아웃을 잡아놓고 폭투로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0회에는 결정적인 실책으로 결국 5-8로 역전패를 당했다.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는데 승리만큼 좋은 건 없다. 바람에 홈런을 날려보냈던 박종윤과 전준우, 팀 승리의 주역이 되는 듯했지만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하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17일은 그들에게 '운수좋은 날'이 아니었나보다.
cleanupp@osen.co.kr
부산=곽영래 기자,young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