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같은 경남권에 위치했다는 점, 그리고 창단 과정에서 있었던 잡음 때문에 두 팀은 라이벌로 묶였다. 하지만 진짜 라이벌 관계는 몇 가지 에피소드만으로 생기는 건 결코 아니다. 라이벌이 성립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전통과 역사, 그리고 실력이다.
신생팀인 NC에게 전통과 역사를 논하기는 이르다. 때문에 롯데는 NC와 라이벌로 엮이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형과 아우'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었는데 "나이차가 30살이나 있는데 형님과 동생 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이 더 어울린다"고까지 말했었다.
그렇지만 실력 면에서 NC는 롯데에 뒤지지 않는 패기와 열정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홈 구장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3연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3연패를 당했지만 연장 승부를 펼치기도 하는 등 만만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로부터 한 달, NC는 롯데와 사직구장에서 다시 만났다.

그 한 달 사이 NC는 괄목상대해 있었다. 3연전동안 NC는 두 차례 연장승부를 펼치면서 2승 1무를 거두며 롯데를 괴롭혔다. 매 경기마다 4시간이 넘는 혈투가 펼쳐졌고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혈전이었다. 두 팀이 동점을 이룬 것만 3연전동안 5차례, 그 동안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던 NC지만 롯데를 상대로는 한 발짝도 뒤로 밀리지 않고 치열하게 싸웠다.
특히 NC는 롯데 불펜진에 세 차례나 블론세이브 굴욕을 안겼다. 1차전에서는 1-2로 뒤진 9회 지석훈이 마무리 김성배를 두들겨 동점 홈런을 터트려 팀을 패배에서 건져냈다. 그리고 3차전은 2-3으로 끌려가던 7회 조영훈이 적시타로 김사율에게 블론세이브를 안겼고 4-5로 뒤지던 9회에는 김성배가 폭투 두 번으로 마찬가지로 블론세이브를 떠안았다.
이번 3연전에서는 NC가 롯데보다 앞선 집중력을 보여줬다. 특히 NC는 16일 경기에서 4-5로 뒤지던 8회 무사 1,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집중력을 잃고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NC는 차근차근 아웃카운트를 늘려가는 방법으로 롯데의 득점을 막았다. 9회 극적인 동점, 그리고 10회에는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는 집요함도 보여줬다.
두 팀은 6번의 맞대결 가운데 벌써 3번이나 연장승부를 펼쳤다. 연장전 결과는 1승 1무 1패로 두 팀이 호각, 그리고 전적은 3승 2패 1무로 롯데가 조금 앞서고 있다. 경기 내용으로 보나 치열함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면 NC는 롯데의 라이벌로 부족하지 않았다. 막내는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