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가 만리장성을 돌파할 가능성을 엿봤다.
한국은 16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제3회 동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EABA) A조 예선에서 일본을 74-55로 완파했다. B조의 중국 역시 홍콩에 84-59로 대승을 거뒀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이 중국을 깰 비책을 홍콩이 제시해줬다.
홍콩은 중국을 상대로 전반전을 34-31로 앞서는 저력을 선보였다. 2쿼터 홍콩은 무려 5개의 3점슛을 폭발시켰다. 또 홍콩은 중국 장대 숲을 상대로 전반전 리바운드에서 19-22로 근소하게 뒤졌다. 중국가드진은 홍콩의 빠른 압박수비에 막혀 실책을 쏟아냈다.

후반전 전열을 가다듬은 중국은 3쿼터 왕저린(19, 214cm)이 골밑을 장악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중국은 4쿼터 6개의 3점슛을 터트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젠롄(28, 광동) 등 주축들이 모두 빠진 現중국대표팀은 2군 전력에 불과했다. 한국이 결코 넘지 못할 만리장성이 아니다.
홍콩의 선전은 놀라웠다. 홍콩의 최다득점자 릉만흥(16점, 3점슛 3개, 2스틸)과 로우이팅(19점, 3점슛 3개)의 신장은 겨우 175cm였다. 더구나 홍콩은 프로선수가 없어 학생과 직장인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중국이 ‘동호회 농구’에게 고전했다는 뜻이다.

한국은 일본전에 박찬희(26, 191cm), 김민구(22, 189cm), 이정현(26, 191cm) 장신가드진을 풀가동해 풀코트 프레스를 펼쳤다. 여기에 박재현(22, 183cm)과 두경민(22, 183cm)까지 가세했다. 양과 질에서 한국가드진은 대회참가국 중 최강이다. 이들을 활용해 초장부터 중국을 압박해 골밑으로 가는 공을 원천봉쇄한다면 왕저린(19, 214cm)의 높이는 무용지물이다.
최부영 감독은 중국전에 대비해 “높이가 있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다. 중국이 스피드는 우리한테 떨어진다. 굳이 김종규와 이종현을 같이 넣어 스피드가 한 수 떨어지는 경기를 할 필요가 없다. 높이에서 밀리면 나중에 둘을 같이 넣을 수도 있다”며 높이 대신 스피드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계산이다.
김종규와 이종현은 스피드와 기동력에서 중국빅맨들에게 앞선다. 굳이 열세인 힘과 높이로 정면충돌할 이유가 없다. 두 선수가 교대로 서는 싱글포스트는 체력과 파울의 부담까지 덜어준다. 김종규는 “아무래도 종현이와 같이 서면 스피드가 떨어지고 압박수비를 하기 힘들다. 풀코트 프레스를 쓰게 되면 체력부담도 심하다”고 털어놨다.
대표팀의 핵심은 프로무대 우승경험이 있는 박찬희와 이정현이다. 특히 경희대 출신 박찬희는 최부영 감독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최 감독은 “가장 많이 혼낸 선수가 찬희다. 포인트가드인데 너무 맘에 안 들어 오전까지 꾸짖었다. 가드들이 다 대학생이고 찬희만 프로다. 리딩이나 지시, 조율을 분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현재 한국대표팀은 대학최강 경희대와 고려대의 높이에 프로농구 챔피언 인삼공사의 백코트를 더했다. 이만한 전력이면 중국의 2진 대표팀 정도는 이겨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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