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끝나고 비디오가게 알바를 했었거든요. 그때가 저녁 6시, 7시인데 첫 끼니인거죠. 된장찌개를 한 수저 떴는데 오바이트가 확 나오는 거예요. 너무 힘드니까. 물만 계속 먹으면서 훈련하니까.”
박성웅이 지난 1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서 배우의 꿈을 품고 단역으로 시작해 현재 충무로에서 주목 받는 배우가 되기까지 거친 트레이닝 과정을 털어놨다. 생각보다 과정은 길었고 그가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따라 걷는 것 외에는 없었지만, “후회하지 않”았고 한줄기 빛이 들어와 점차 확장됐다는 게 그가 밝힌 헛되지 않은 10년 무명생활의 의미다.
하지만 말이 10년이지 지독한 과정이었다. 액션스쿨 1기생으로 들어가 축구장 4개를 합친 크기의 보라매공원을 4~5바퀴 뛰는 것으로 몸을 풀고, 타이어 끌기를 비롯해 전투축구를 하며 하루 종일 체력단력을 하는 게 박성웅이 선택한 배우생활의 첫걸음. 제대로 돈을 벌 수 없으니 편의점을 비롯해 비디오 가게에서 일을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아르바이트 하는 배우'로 불리며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도 찾아왔다.

신기한 건 그러한 순간에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캐릭터 연구 중”이라고 둘러댈 수 있는 넉넉한 마음과, 이를 가능케 한 “다 겪어야 되는 구나” 싶었다는 고지식한 뚝심이다. 선배 배우 김수로에게 “뭐든 10년만 하라”는 말을 듣고 3,4년 안에 끝내겠다고 마음먹기도 했지만 결국 고스란히 시간을 채웠고 거짓말처럼 기회는 찾아왔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속 단순하지만 용맹스럽고 진국이었던 주무치 캐릭터가 연기하겠다고 결심한 10년째 되던 해 박성웅에게 주어졌기 때문.
그렇게 찾아온 기회를 박성웅은 액션스쿨에서 피땀 흘려가며 쌓은 체력과 액션노하우 등을 통해 결국 낚아챘고, 이후 오디션을 통하지 않고도 작품 출연 제안을 받는 배우가 됐다. 아내를 얻었고 자식을 안게 됐으며, “주무치가 내 아들이야”라며 지인들에게 웃으며 전화하는 아버지의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던 게 10년의 연단을 거쳐 만들어진 배우 박성웅의 출발점이다.
이후 영화 ‘백야행’, 드라마 ‘카인과 아벨’ 등에 출연하며 점차 비중을 넓혔고, 최근작 ‘신세계’에서 강렬한 연기로 주목 받은 데 이어 tvN 드라마 ‘우와한녀’에서 주연 배우로 발탁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묵묵히 다진 기본기는 어느새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단단한 기반이 됐고, 이제는 그 위에서 만개할 시기다. 토하면서 쌓은 기본기가 어디 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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