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구-유재신, 대주자 존재 이유 증명하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05.17 06: 47

우리나라 프로야구 1군 엔트리는 26명이다.
선발투수 기본 5명에 불펜진, 그리고 내외야 기본 8명 외에 백업 선수 몇 명을 넣다보면 순식간에 26명이 가득 찬다. 가끔 경기에 많이 나오지 않는 선수들, 이른바 백업 멤버들은 1군 엔트리에 넣기 아쉬운 유혹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최근 야구 트렌드가 바뀌면서 대주자, 대수비 등 백업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는 '한 점을 누가 뽑아 지키냐'의 싸움이다. 이때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발빠른 선수의 필요성은 웬만한 선수 이상으로 올라간다.

삼성의 대주자 전문요원 강명구(33)는 지난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 대주자로 나와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그는 대주자 전문 요원으로서 쉽지 않은 통산 100호 도루를 기록했다. 교체 선수로 나와 베이스를 훔친 것은 96번이나 됐다.
강명구의 중요성은 중요한 경기일 수록 더 드러난다. 강명구는 지난해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팀이 2-1로 쫓기던 7회 대주자로 나서 배영섭의 내야안타 때 2루에서 3루까지 닿은 뒤 SK의 중계플레이가 느슨한 틈을 타 홈으로 쇄도하며 귀중한 점수를 뽑았다.
제2의 강명구를 꿈꾸는 넥센 내야수 유재신(26) 역시 그의 빠른 발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유재신은 지난 16일 목동 한화전에서 대타로 나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유재신은 1사 만루에서 다음 타자 박동원이 유격수 땅볼을 쳤으나 2루를 파고들며 병살을 막았다. 그 사이 3루주자 이성열이 홈을 밟아 팀은 5-5 동점에 성공했다.
유재신의 발이 조금만 느렸어도 넥센은 4-5로 이닝을 마쳤을 것이고 6-5 역전승은 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경기 후 염경엽 넥센 감독은 타자들의 집중력을 승리 요인 중 하나로 꼽으며 세밀한 플레이를 칭찬했다.
이들은 매 경기에 출장하는 주전 선수들과 다르다. 경기에 언제 나설지 모르는 만큼 타격감, 컨디션을 맞추기는 더욱 힘들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내는 능력에 있어서는 최고의 선수였다. 발로도 야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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